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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엔 전화홍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12일 상오 발표된 서울대학교의 금년도 신입생합격자 2천3백5명이 모두 결정되던 11일 저녁-학교측이 보도기관에 대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보도기관원은 물론 수만 시민이 밤을 새우는 「난센스」를 빚어냈다.
이번 서울대학교의 합격자발표는 당초 학교측에서 신문·방송기관에 발표해주기로 약속했던 11일 자정(수석합격)과, 12일 새벽 4시에 발표를 돌연 보류하여 각 신문·방송국에는 2만여 명이 넘는 응시자와 친지들로부터 문의전화가 빗발치듯 걸려왔고 약속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는 기자들과 이를 회피하려는 학교측과의 승강이로 「좁은 문」 못지 않은 열을 띠었다. 서울대학당국자는 당초 빠르면 11일 하오에 합격자를 발표해줄 수 있다고 약속까지 했었으나 「신중을 기한다」는 이유로 이날 자정에 각 대학 수석을, 12일 새벽 4시에 합격자명단을 발표해주기로 약속, 30여명의 기자들을 철야 기다리도록 했다.
그러나 사정도중 기자들이 모르는 사이에 총장실에서 총장관저로 사정장소를 옮겨놓고는 1차 약속시간인 자정이 훨씬 넘어서까지도 아무 기별이 없었고 2차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 그 틈에 기자들은 비밀에 붙여오던 사정장소인 총장관저에 2차에 걸쳐 몰려가 총장면접을 요구, 약속을 지켜주도록 요구했다.
때마침 영하 12도의 추운 날씨-그러나 관저 수위는 『총장이 없다』고 시치미…. 이에 기자들은 정문 안에 들어서서 계속 약속이행을 요구하자 개를 풀어 기자들을 쫓으려는가하면 한 수위는 칼을 가지고 나오면서 『나는 죽을 각오까지 되어있다』고 위협하는 「쇼」까지 벌어졌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유기천 총장은 기자들의 이와 같은 취재의욕에 불만, 합격자발표를 돌연 보류토록 지시를 했다한다. 12일 아침 출근한 유 총장은 별 이유 없이 올해에 한해 합격자명단은 절대로 발표 못하겠다고 거듭 다짐했다.
이 때 유 총장과 기자들 사이에는 다음과 같은 문답이 오고갔다.
기자-『왜 합격자를 기자에게 발표하지 않는가』
유 총장-『몰상식한 기자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도 이번에는 발표할 수 없다』
기자-『개를 풀어 물게 하면 되는가』
유 총장-『통금시간이 넘어 남의 집에 들어오려는 사람은 개가 물어도 괜찮다』
기자-『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 경찰이 있는데 경찰에 고발하면 되지 않는가』
유 총장-『경찰은 믿을 수가 없다. 내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겠다』
결국 합격자명단은 각 단과대학별로 이날 아침 8시에 발표하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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