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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시로 피해 커져 쑥밭에서 몸부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이날 이 지방의 기온은 영하3, 4도 풍속 5「미터」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오랫동안 눈비가 내리지 앉아 밀집된 시장판잣집들이 바싹 말라 거센 바람을 타고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수복 이듬해에 세워진 이 시장은 소방도로의 너비가 3「미터」, 그나마 얼기설기 내민 노점들 때문에 소방차들은 현장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네거리 큰길 쪽에서 물을 대야만했다.
불을 잡기까지는 약3시간반, 처음 1시간반 동안은 4개의 소화수조(7백50석)로 물을 댈 수 있었으나 불길이 한창 솟구칠 때 물이 떨어져버려 약1시간 동안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1시간이 지나서야 상수도 배수장에서 물을 끌어대어 겨우 불길을 잡긴 했으나 현장은 이미 거의 다 타버린 후였다.
이번 화재로 더우기 피해가 컸던 것은 정월 대보름 명절을 지나 「고마니날」이라고 또 하루를 노는 것이 지방풍속으로 상점들은 거의 다 문을 닫고 있었기 때문, 갑자기 화재가 일어나자 허겁지겁 달려온 상인들이 상점 문을 열고 상품들을 꺼낼 시간 여유가 없었다.
이 시장이 진주시 전체에 차지하는 경제적인 비중은 약7할, 시장이 몽땅 회신된 7일은 바로 대목 장날인데도 멀리 시골서 몰러온 장꾼들은 장을 볼 수 없어 모두들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운동장처럼 허허벌판이 되어버린 화재현장엔 타 남은 함석조각이며 포목상의 베조각 등이 아직도 뭉게뭉게 연기를 내며 타고 있었으며 미곡상에서 타버린 쌀만도 3천 가마에 보리가 2천 가마로 타고 있는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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