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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폭 재개와 월남전의 내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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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폭 재개로 이제 월남전은 화전 양면에서 「전」의 방향으로 확대를 거듭하는 느낌이 있다. 며칠 전에 귀사한 본사 주미특파원과 「사이공」 주재 통신원도 전쟁의 점진적인 「에스컬레이션」이 불가피하게 되었다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특히 「사이공」 주재 중 태국을 두 번 다녀온 김자동 통신원은 미국이 월남지상전의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새로운 전선」의 형성을 모색할지도 모른다는 주목할 만한 발언을 하고있다.
【편집자 주】

<"이젠 위신의 문제"|"우선 이기고 보자"에 대세 지지―워싱턴>
「존슨」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연일 구수 회의를 거듭한 끝에 북부 월남에 대한 폭격을 재개할 것을 명령하였다. 미 의회내의 화평파, 그리고 세계여론의 압력으로 6명의 대통령특사를 34개국에 파유하여 평화타진을 계속 시키는 등 40일간 교황을 포함한 115개국, NATO 기타지역기구에 의한 줄기찬 화평 노력이 중공과 월맹의 부정적 태도로 실효를 거두지 못하자 「존슨」대통령은 마침내 37일 간 중지했던 북폭을 재개하기로 단을 내린 것이다.
그렇지만 북폭 재개로 과연 얼마만한 실리를 거두며 이것이 세계대전으로 일보 접근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미 국민들도 의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확전을 바라지 않고 승리 없는 전쟁을 내다보기보다는 적당한 선에서 휴전을 시도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하는 것이 미국사람들 대부분의 희망이다.
그러나 필자가 미국에서 만나 본 미국사람들의 대다수는 미국이 명예나 위신을 도외시하면서까지 자유와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패배하고 물러설 까닭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학생들의 시위나 지식인들의 비판이 미 국민의 진정한 여론의 반영이냐는 질문을 받으면 으레 소수파의 의견이라고 호칭하면서 부인하거나 심지어는 노기를 띠는 사람도 있었다. 미국 사람의 특징은 전면적인 검토를 거쳐 수립된 정책에는 자기 의견에 거슬린다 해도 순종하는 미덕을 가지고 있다.
미 국회는 비록 반대파가 정부정책을 신랄히 공격하였다 하더라도 일단 미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 내려지면 행정부를 더 이상 규탄하지 않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존슨」 대통령은 반대파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진정제로서 월남문제를 「유엔」에 제기하였는데 이것은 찬사를 받았다. 「유엔」에서 격론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만일 어떤 형태이건 월남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잡게된다면 미국의 「딜레머」도 벗어나게 해주고 동·서 충돌의 한 분쟁도 수습될 것이라는 점에서 미 국민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계산한 「존슨」 대통령은 국민의 감정과 세계여론을 감안하여 북폭 재개와 「유엔」안보제소라는 신축성 있는 양면작전을 전개함으로써 노련한 정치가로서의 역량을 과시하였다.
그러나 한편 북폭 재개가 중공과의 결전을 유발시켜 핵전쟁의 참화를 겪게 만들지 않나 하여 미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예기치 않는 사태에 대해서는 「존슨」 대통령인들 확신을 표명하지 않고 있는데 「하노이」 「하이퐁」 공격을 아직 강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미 국민들은 이번의 북폭 재개가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협상을 유치하기 위한 강력한 시도로 보고 대전유발까지는 고려하지 않은 처사이기를 은근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홍용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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