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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업그레이드] 1. 어린이 건강 챙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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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나라의 보배이자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 조물주의 미완(未完)의 작품인 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은 어른의 몫이다.

중앙일보 건강팀은 1월의 '국민건강 업그레이드'주제를 '어린이 건강 챙기기'로 정해 3회에 걸쳐 어린이가 심신이 건강한 성인으로 재탄생할 때까지 어른이 챙겨줘야 할 일들을 알아본다.첫 회는 어린이 정신건강이다.

◇어린이 시각에서 보고 판단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이는 어린이 건강 전문가들 사이에서 첫손 꼽히는 금언이다. 실제로 어린이의 몸과 마음은 어른과 다른 구조와 기능을 가진다.

특히 어린이 정서를 담당하는 뇌는 백지 상태에서 출발해 하나씩 그림을 채워 나간다. 따라서 매사를 어린이 시각과 입장에서 보고 판단한 뒤 대처하는 '눈높이 양육'이 필요하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정신과 홍성도 교수는 "어릴수록 집중력이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유아기 어린이에게 30분씩 같은 자리에 앉아서 뭔가 학습하기를 바라다간 스트레스만 주게 된다"고 들려준다.

아이들의 스트레스 반응은 어른과 다르다.예컨대 두세살 된 어린이가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잠투정이 많아지면서 먹는 게 이전만 못해진다. 초등학생들은 친구와 잘 놀지 못하고 성적이 떨어지면서 나이에 안맞는 어리광을 부리기도 한다.

◇장점을 발견한다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며 학습장애 클리닉을 찾은 B군(9.남) 어머니. 친구관계가 좋고 선생님 귀여움도 받지만 성적이 나쁘다는 게 어머니의 설명이다.

일견 봐도 밝고 건강해 보이는 B군의 지능지수는(IQ) 1백8. 수리 계산 능력은 중간을 약간 밑도는 정도지만 언어능력은 남보다 우수하게 나타났다.

성적은 중간정도다. 서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민섭 교수는 "상위권에 들지 못하면 '공부를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 생각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지능지수는 같은 나이 또래에서 중간이 되는 점수를 1백으로 본다.따라서 B군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에 맞게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상태다.

신교수는 "어떤 아이건 장점은 있다"면서 "아이에게 무조건 남보다 잘하라고 말하기보다는 지능검사.심리검사 등을 통해 아이의 객관적 능력을 알고 장점을 찾아내 소질을 개발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놀이는 최고의 학습방법이다

어린이에게 공부와 놀이를 구분하는 것도 문제다. 어린이는 놀이를 통해 또래와의 관계, 사건 해결 능력, 지능개발, 협동심 등 여러가지 학습효과를 얻는다.

현재 유아기 때부터 강요되는 문자를 통한 지식 습득 교육은 오히려 창의력 개발을 저해하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정신과에서도 어린이 환자를 치료할 때 '놀이치료'를 활용한다. 놀이는 또래 등과 함께 하는 놀이가 더 좋다.

◇소아정신과, 두려움을 없애자

어린이 정신건강을 지키려면 문제가 있어 보일 때 곧바로 정신과 상담을 해야 한다. 감기에 걸리거나 배탈이 생기면 소아과에 가듯 정신과도 갈 수 있다고 생각해야한다.

한양대병원 소아정신과 안동현교수는 "눈에 띄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자녀를 두고도 부모들이 '어린이도 정신과에 가야 하나'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며 "정서적.행동적 문제도 빨리 발견해 치료해야 후유증이 적고 치료 효과도 높다"고 강조한다.

외국 통계에 의하면 흔히 보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의 경우 방치한 상태에서 청소년기를 맞으면 가출,남에 대한 공격, 기물 파손 등 문제행동을 보이다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30% 정도 된다.

정신과 상담이 필요한 어린이 질병은 주의력 결핍 장애, 주변 사람과 관계 형성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 틱(Tic)이 있는 경우, 불안 혹은 우울한 아이, 발달 장애, 학습 장애, 품행 장애, 매사 반항적인 태도,술.담배.약물 등을 습관적으로 즐길 때, 질병이 없는 데도 복통 등 신체적 이상을 자주 호소할 때, 어느 순간부터 현실파악을 못하게 될 때 등 매우 다양한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사진=김성룡 기자<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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