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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 걱정없고 부작용 적고 … 천연의약품을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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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천연의약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애기똥풀의 모습. [사진 한화제약]

의약품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질병을 치료하지만 부작용과 내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약품 오남용을 우려하는 건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도 의약품 소비량 및 판매액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일 기준 항생제 사용량이 인구 1000명당 27.9명이다. 이는 OECD 평균인 21.1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감기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 55%·OECD 국가 중 항생제 소비량 1위’ 모두 우리나라의 의약품 사용 행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의약품이 발달한 유럽에서는 일찍이 자연 원료를 활용하는 천연의약품에 눈을 돌렸다. 천연의약품은 꽃과 나무 같은 천연물에서 유효성분만을 추출해 낸 의약품이다. 천연의약품 시장은 현재 1000조원 규모에 이르고 매년 10%씩 성장세를 보인다. 천연의약품 시장을 주도하는 독일에서는 품목 수만도 2500여개에 달한다.

 ◆천연 추출물의 예방·치료 효과, 과학적으로 입증=식물을 활용한 천연의약품은 인체에 부담이 적다. 천연의약품이 조명 받는 이유다.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부작용이 거의 없다. 이렇다 보니 유럽사람들은 천연의약품을 영양제로 먹기도 한다. 에키나시아 추출물을 활용한 감기약(에키나포스)은 유럽사람들의 환절기 영양제이자 초기 감기 치료제로 활용된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예방의 기능과 감기 바이러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치료 기능이 있어서다. 에키나시아 추출물의 예방과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꾸준히 발표된다. 독일 기센대학교 미생물학과 플레슈카 박사는 에키나시아의 ‘akylamide’ 성분이 감기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변형시켜 몸 안에 제대로 안착할 수 없게 작용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코네티컷대학 약학과 크레이그 콜먼 박사는 에키나시아를 이용한 14개의 다양한 실험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감기에 걸리는 위험을 58% 줄이고 감기에 걸렸더라도 지속기간이 1.5일 단축된다는 걸 밝혀냈다. 에키나시아를 활용한 천연의약품은 출시된 이후 지난 1987년부터 전 세계 판매 국가를 대상으로 부작용을 수집 한 결과, 20여 년간 99건의 위장장애만 보고됐다.

 까다로운 유럽의 품질관리는 천연의약품도 예외가 아니다. 식물은 기후와 풍토에 따라 성분이 조금씩 달라진다. 따라서 약효성분의 함유량이 달라질 수 있다. 유럽에서는 천연의약품 재료의 취약점을 ‘표준화 기술’로 해결했다. 천연의약품에 들어가는 약효 성분을 일정하게 맞추는 기술이다. 일반적으로 한약은 재료를 중탕으로 다려 복용하거나 말려서 분말형태로 가공한다. 천연의약품은 표준화된 공정과 함께 약물의 독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기준도 엄격하다.

 ◆엄마 갱년기, 아빠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40대 중·후반에 접어든 갱년기 여성 사이에서는 대체호르몬 치료법이 관심을 받는다. 갱년기 여성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 하루에도 몇 번씩 얼굴이 갑자기 달아오르는 안면홍조를 겪는다. 골다공증에도 쉽게 걸린다. 이 때문에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합성호르몬 대체요법은 자궁출혈이나 두통, 유방통증 등의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이에 식물성분의 천연여성호르몬이 각광받고 있다. 유럽에서는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생리통을 완화하는 데 사용했던 승마(허브의 일종)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 내 천연여성호르몬 치료제(클리마디논)로 활용한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같은 기능을 발휘해 홍조와 골다공증을 예방한다. 과학적 근거도 입증됐다. 629명의 폐경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6~8주동안 승마 추출물을 투여했을 때 80% 이상의 환자에서 신경과민이나 우울증, 홍조, 발한 등의 증상이 개선됐다.

 은행잎 추출물을 활용한 혈액순환 개선제(세보칸)도 나왔다. 혈액순환을 도와 뇌 기능을 회복하고 치매를 예방한다. 은행잎에서 추출한 성분(EGb 761)은 뇌혈관막을 보호하고 말초동맥까지 혈액 순환을 촉진시킨다. 활발한 혈액순환은 뇌의 산소 이용률을 높여 건망증과 기억력 저하를 개선한다. 은행잎 추출 성분을 WHO에서 권장하는 양에 맞춰 의약품에 적용시킨 개선제는 지난 1965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출시 된 이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도 천연의약품의 좋은 재료다. 남아프리카와 나미비마 원주민들이 관절약으로 사용했던 ‘악마의 발톱’은 관절염 치료제(류마)로 활용된다.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에 분포하는 이 식물은 관절이 굳는 걸 완화시켜 유연성을 높여준다. 또 면역체계를 자극하는 신호물질의 분비를 촉진해 항염 효과가 있다. 이미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널리 사용되는 제품으로 그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꾸준히 먹어야 하는 관절염 치료제는 자칫 위에 부담을 줘 속쓰림이나 구토같은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독일에서 가장 많이 찾는 위장약도 천연의약품=유럽에서 천연의약품은 호흡기질환 치료제와 관절염 치료제, 심혈관계 약물, 천연호르몬 대체제, 소염진통제 등 여러 영역에서 출시되고 있다. 실제 독일인이 가장 많이 찾는 위장질환 치료제는 천연의약품(이베로가스트)이다. 허브인 ‘이베리스아마라’를 포함한 8종의 자연재료에서 약리성분을 추출했다. 속쓰림과 소화불량을 비롯해 과민성대장증후군 등에 치료효과가 있다. 출시 이후 독일에서 2000만 명의 환자가 사용하며 안전성이 입증됐다.

 환자들뿐 아니라 의사들도 천연의약품을 권장한다. 독일의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축농증 등 호흡기질환에 가장 많이 처방하는 건 5가지 식물을 원료로 약효 성분을 추출해 만든 천연의약품(시누푸렛)이다. 보통 축농증을 치료할 때는 항생제와 항바이러스제, 코막힘을 완화하는 비충혈제거제. 가래를 분해하는 점액용해제 등 4알 이상의 약을 먹는다. 그러나 이를 오남용하면 입이 마르거나 손발이 차가워지는 부작용이 있다. 항생제 내성의 위험 역시 높아진다.

 이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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