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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출연료 갈등, 무엇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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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양성희
문화스포츠부문 차장

방송가 출연료를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대풍수’. 연기자와 스태프들이 방송 시작 두 달이 되도록 출연료를 한 푼도 받지 못했다며 제작 거부에 들어갔다가 복귀했다. 제작사의 출연료 지급 확약을 받고 간신히 제작 차질을 막았다. 지난달 KBS 외주 드라마의 출연료 미지급을 문제 삼으며 연기자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했던 데 이은 사례다.

 이들 연기자들이 소속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한연노)이 11일 주최한 ‘2012 대한민국 방송연기자 포럼’에서는 KBS ‘개그 콘서트’가 도마에 올랐다. 대한민국방송코미디언협회 김태호 사무국장은 “‘개콘’ 개그맨들은 일주일 내내 방송사에서 살며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연습을 하지만 KBS에서 아이디어나 연습 비용을 지급하지 않는다. 출연료 등급 조정도 매년 이루어지는 탤런트와 달리 5~6년에 한두 등급 오르는 등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최수종·서인석 등 한연노 연기자 102명은 KBS에 10억2000만원의 방송 초과분 출연료를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편성은 60분이지만 실제 70분을 방송하는 드라마 초과분을 문제 삼은 것이다. KBS는 이에 대해 “KBS가 지급해야 할 미지급액은 단 1원도 없다”고 맞섰다. 특히 외주 드라마의 경우 출연료는 외주사와 연기자의 문제라는 기본 입장을 거듭 밝혔다.

 왜 이렇게 출연료가 계속 문제일까.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한 공청회에 참석한 연기자 박유승씨는 “외주제작사의 출연료 지급 시점이 관행상 방송사의 지급 시점보다 훨씬 늦다 보니 출연료를 떼어먹는 ‘먹튀’ 제작사들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연노 측은 아예 “출연료도 임금으로 규정해 외주사가 출연료를 미지급하면 형사처벌하고, 방송사가 출연료 지급을 보증하라”고까지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프리랜서인 방송 연기자의 몸값은 전적으로 시장 논리에 따르는 것이고, 외주제작 프로의 관리를 방송사가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출연료 미지급 논란은 한류 강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 출연료를 떼어먹는 외주사만큼 그런 외주사를 양산하는 구조 자체도 문제다.

 이와 관련, 12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송출연 표준계약서’(안)를 마련하고 공청회를 열었다. 우리 방송의 병폐로 꼽히는 쪽대본과 밤샘촬영 관행을 막고, 출연료 지급 규정도 다듬었다 하니 귀추가 주목된다. 공청회에서는 당장 “방송 3일 전 대본 제공, 하루 최대 18시간 방송 촬영은 제작 현실에 맞지 않는다” “어차피 법적 효력 없는 권고안일 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그간 오랜 여론수렴을 거쳐 업계가 윈윈하는 답을 찾은 것이니, 이제 관건은 현장에서의 보완과 적용이다. ‘상생의 공정경제’는 방송업계에도 필요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