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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아베 내각’ 출범 대응책 마련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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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호 02면

오늘 실시될 일본 총선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58) 내각 출범이 확실시된다. 현지 여론조사에서 아베가 이끄는 자민당은 중의원(전체 480석)의 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얻어 압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베 내각 출범은 동아시아에 작지 않은 파장을 낳을 것 같다.

우선 일본의 대표적 극우파인 아베 내각의 출범은 한·일 외교관계의 갈등을 증폭시킬 요인이 될 것이다. 아베는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명시한 헌법 조항 개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주변국은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다. 그래선지 극우적 국가관으로 유명하다. 그는 미·일동맹 회복을 제1 과제로 삼아 총리 취임 직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외교 일정까지 미리 짜놨다고 한다. 경제대국에 이어 군사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행보다. 그가 2006년 첫 번째 총리직에 취임했을 당시 첫 방문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이럴 경우 한·일, 한·중 간 정상회담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다.

그는 또 총리가 되면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해 사죄한 ‘고노 담화’와 ‘무라야마 담화’를 모두 수정하고, 제2차 세계대전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뿐이 아니다. 유세 연설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일본을 사정권에 뒀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며 안보 강화론을 역설했다. 일각에선 아베가 당분간 한·중 양국에 대해 ‘애매한 외교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예컨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거나 한국과의 일본군 위안부 문제엔 학자·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한다며 시간 벌기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본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엔저 전략’도 우리 기업들의 관심거리다. 아베는 집권 공약으로 20여 년간 침체된 일본 경제의 부흥에 초점을 맞추었다.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무제한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그의 발언은 관료들과 시장의 반발을 야기했다. 내년 예산안을 전면 수정해 대규모 토목사업도 벌이겠다고 한다. 막대한 부채를 짊어진 일본이 긴축 대신 양적 완화를 추진한다면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자동차·전자 등 수출 업체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래서 권력 교체기에 들어선 한국의 대응이 중요하다. 미국의 오바마 2기 정부,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체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다 아베 내각 출범까지 가세해 외교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말의 환경 변화와 위기 변수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아베 내각이 주변국들의 과거사나 국민 감정을 묵살할 경우 단호한 입장 표명도 필요하다. 국익과 안보라는 핵심 이익을 위해 외교 역량을 다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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