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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를 내면서 사시를 다짐한다|한국의 희망과 용기는 무엇이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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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성실하고 선하게>
우리는 우리 나라가 어려운 구비를 넘을 때마다 『앞날의 희망이 없는 나라』, 『용기를 가질 수 없는 사회』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이러한 절망의식과 좌절감을 드러내는 한방소리는 정치위기가 조성되고 사회불안이 노출될 적마다 더 빈번히 나타난다. 그러나 평상시에도 우리사회 「인텔리」층 가운데는 이런 느낌과 생각을 갖고 있는자 결코 적지 않다. 아닌게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 있어서도 우리수가사회가 놓여있는 상황을 에누리없이 직시한다면 희망적인 것, 좌절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을 많이 발견한다.
국토의 분열과 남·북간의 적대관계강화, 그리고 남·북한을 싸도는 국제권력정치상의 세력권적 대립은 민족통일의 전망을 심히 흐리게 하고 있다. 폭발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사이의 불균형은 실업과 빈곤과 기아의 추방을 불가능케 하고 있다. 국제권력정치의 다원화 경향, 그리고 A·A「블럭」의 세력증대는 「아시아」의 일원이면서 국가안전보장상 미국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국제정치상 진노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인문관계의 신뢰상실, 그리고 공식적 비공식적 사회집단 상호간에 과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파쟁·당쟁은 우리국가사회를 「아톱」적인 분열상태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정치권력과 국민의 자유사이에는 일종 배리의 관계가 조성되어있어 민주정치의 향방이 모호한 감을 주고 있다. 부패의 번무와 조직화, 그리고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사회악과 범죄는 많은 시민으로 하여금 성실하고 선하게 살아보자는 의욕마저 상실케 하고있다.
이처럼 우리사회의 어두운 면, 나쁜 면을 들추어낸다면 거의 한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 『확실히 지금 우리는 거의 모두가 심한 욕구 불만 속을 헤매고있다. 그러나 과연 우리에게는 밝은 앞날의 희망과 용기를 갖고 살수 없는 것일까. 나는 이 물음에 대해 결정적으로 「노」라고 대답한다. 어떤 근거에서 그런가.

<통일에의 의지견지>
첫째로 위기상황의 연속은 실로 한국사의 특징을 이룬다는 것이다.
지금 이 시대의 국민가운데는 우리들만이 각별히 불행하고, 우리의 조상들은 좀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분이 있다.
이런 상상은 즐거운 것이지만 분명히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한족은「아시아」대륙 동족에 붙어있는 반도에 살고있는 약소민족이기 때문에 대륙에 자리잡은 강대한 민족의 침략과 지배를 아득한 옛날부터 받아왔다.
근대에 들어와서는 사정이 달라서 한족은 신흥일제의 침략과 장점을 반세기나 받아왔다. 1945년 해방 후부터는 한반도는 서진하는 미국과 동진하는 소련 및 중공의 세력의 각축장이 되었다. 강대한 민족의 팽창과 침략의 마수 앞에서 자신을 보전해야했던 한족에게는 장기평화 속에서 태평세월을 구가할 기회가 너무나 적었다. 침략자를 맞이해서 생사결단의 싸움을 하다가 도진 시절하여 침략자의 지배하에 들어가면 힘을 길러 이를 국외로 축출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지난날의 역사에 있어서 우리민족의 외족의 침략을 물리치기 위해 얼마나 무서운 저항력을 발휘했던가. 그 발자취를 더듬어 보라. 우리민족은 침략과 재침략의 위협 속에서 강한 생활력을 길렀고, 자주독립을 찾는 가운데 고유한 문화를 형성했다.
세계 어느 민족가운데 우리처럼 외세침입에 대한 강력한 반발을 보이고, 외족과 싸우는 가운데서 자기에 독특한 것을 형성한자 있었던가.
국토분단, 민족분열도 좀더 넓은 역사적 시야에서 본다면 별로 초조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날 삼국시대의 분단상황은 수백년이나 지속되지 않았던가. 또 한국을 통일했던 역대 정권가운데 한반도 전역을 완전히 유효하게 지배했던 정권이 과연 몇 개나 되었던가.

<풍부한 인적자원>
둘째로 현하 한국의 풍부하고 질적으로 우수한 인구자원을 높이 평가해야한다. 인구과잉, 낮은 고용율, 방대한 산업예비군의 존재. 그리고 인구 성장율과 경제성장율 사이의 불균형은 인구자원을 「인재」시하는 사고방식마저 자아내게 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풍부한 인구자원은 국가민족의 장내에 재앙을 주는 것일까. 미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그런 해석이 나올 수도 있으리라. 가난하고 경제전설이 지지부진한 나라에서 사람만 많으면 무순소용이 있겠는가하는 사고방식의 소이이다.
그러나 거시적 관점에서 본다면 풍부한 인구자원은 반드시 국가민족의 장래에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함이 타당하마. 왜 그런가. 소련이나 중공 등 대륙세력의 남침을 막고 일본세력의 대륙진출의 기지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의 4천만 인구는 절대로 많은 것이 아니다.
휴전 후 남한인구는 격증하여 3천만대에 육박해가고 있다. 그러나 북한동포는 학정과 혹사 그리고 비참한 소비생활에 시달리어 인구증가의 「템포」가 매우 느리고 지금 간신히1천만을 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건하에서 남한의 착실한 인구증가는 민족전체의 입장에서 보아 도움을 주는 것이지 화를 주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뿐더러 우리가 언젠가는 민족자결을 갖고 한족의 운명을 결정할 날이 오리라고 생각하면 북괴와 무력으로 대결하는데 있어서도 혹은 투표로 대결하는데 있어서도 남한의 인구우위는 자유주의세력승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앞으로 남한의 인구가 3천만을 훨씬 돌파하여 좁은 국토에 도저히 수용할 수 없게 되면 폭발하는 한국자원의 「에네르기」는 휴전선을 넘어 북한으로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인구의 증가를 겁낼 것이 아니라 그 폭발하는 「에네르기」를 북으로 몰고 들어가는 정치적 주도권의 확립이 필요하다. 경제면으로 보아서도 한국의 싸고 풍부하고 우수한 노동력은 국가공업화의 원동력을 이룰뿐더러 국제시장에서 자랑할 수 있는 최고의 상품이다. 한국의 공산물이 치열한 국제경쟁을 뚫고서 해외수술 증대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질적으로 우수한 노동력을 풍족히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 비해 자연조건이 퍽 나쁜「이스라엘」이나 화란 같은 나라도 머리를 잘 써서 인구문제를 능숙히 해결하고 우리보다 훨씬 더 잘살고 있지 아니한가. 인구의 과잉여부는, 인구의, 밀집도를 갖고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에 대한 고용도를 가지고 결정된다.
우리가 내외정치를 통해 기술과 자본을 필요할이 만큼 확보하고, 이를 풍부한 노동력과 적절히 배합시켜 나간다면「인화」시 되고 있는 현재의 과잉인구는 반드시「인재」로서 활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수백년을 두고 형성된 한국의 뿌리깊은 빈곤은 결코 단 시일 내에 해소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풍부중의 빈곤」이라는 자본왕의 병폐의 근치에 힘쓰고 대다수의 국민이 현재의 「빈곤 속에서도 충족」망을 느낄 수 있는 경제정책·사회정책을 써나간다고 하면 우리국민은 보다 좋은 앞날의 살림을 바라보면서 착실히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진실과 정론환기>
중앙일보는 그 사시1조에 있어서 사회정의에 기초를 두는 진실보도, 초당파적인 정론환기를 가지고 「모든 사람이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고취한다」고 공약했다. 무릇 사항공기가 되고자 하는 신문으로서 사실보도 정론환기를 표방치 않은 신문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양자가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의 고취」를 결부시킨 것은 적어도 국내에서는 이 신문밖에 없다.
신문이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갖도록 고취한다는 것은 대체 무슨 뜻인가. 공기로서의 사회적 사명에 충실코자하는 신문이라면, 공동생활에 영향을 주는 사회사상 중 밝은 것도, 어두운 것도, 선한 것도, 악한 것도, 맑은 것도, 썩은 것도, 전설적인 것도, 파괴적인 것도 아울러 진보대도 보드하고 공정하게 논평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러나 밝은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려는 신문이라면 어두운 것, 악한 것, 썩은 것, 파괴적인 것을 다루는데 있어서 반드시 밝은 빛을 투사할 것이며 인간의 선성에 대한 지향과 역사의 진보에 대한 기대를 허물어 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역사를 긴 과정에서 본다면 반드시 진실과 선과 정의와 광명은 이긴다. 희망과 용기를 북돋워 주려는 신문은 결국 이런 철칙에 가장 충실한 신문일 것이다. 가끔 희망과 좌절이 현실을 무겁게 누르는 사회에 있어서 희한과 용기를 마취하는 신문의 존재야말로 귀중한 것이다. 신상초(본사사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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