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국민교에 대한 지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애초의 설립목적을 이탈하여 차츰 귀족화경향에 있던 사립국민학교에 대한 빗발치는 세론은 마침내 한국어머니회로 하여금 시정건의를 제출하게까지에 이르렀다. 12일 전국에 1만여의 회원을 가지고 저명한 여성교육지도자들에 의하여 영도되고 있는 동회는 5개 건의사항을 발표하여 전국 79개 사립국민학교의 탈선적 학교운영에 대한 경종을 울렸던 것이다.
이 건의서에 지적된 시정사항은 ⓛ여타의 사립국민교가 신입생선발에 있어 부형의 재력측정을 위주로 삼고 있으며 ②의무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의 과중한 부담을 학부형에게 강요한다는 것 그리고 ③그 교육내용과 학교운영의 실제에 있어 아동 및 교사들의 특권의식을 조장하는 폐단이 있다는 것 등이 그 골자로 되어 있다.
한국어머니회의 이와 같은 지적은 그동안 사립국민학교에 대해서 퍼부어지고 있던 일반 세론의 규탄과도 일치하는 것으로서 이 문제는 확실히 최근에 와서 새로 등장한 또 하나의 한국적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원래 당국이 설치기준령을 완화해서까지 사립국민교의 설립을 권장한 것은 전적으로 파탄위기에 직면한 의무교육의 완화책을 강구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귀족화하기 쉬운 사립 초·중등교육기관의 폐단은 그러한 사립학교의 원산지라고도 할 수 있는 영국에서조차 오늘날 그 폐지론이 대두되고 있을 만큼 많은 문제거리를 던지고있는 실정이다. 그런 까닭에 교육의 민주화와 민주주의교육을 대전제로 삼는 우리 나라에서 우리가 사립국민교의 설치에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면 그것은 오직 전기한 바와 같은 의무교육의 위기상황에 대한 차선책으로서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사립국민교가 지적된 바와 같이 탈선일로를 걷고있는 것이라면, 그러한 사립국민교는 백해무익한 것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당국은 세론의 지탄과 한국어머니회의 건의에 접하여 내년도부터는 여하한 형태로든 일체의 입시를 못하게 할 것과 또 완화된 설치 기준령을 다시 엄격화 하여 사립국민교의 신설을 엄격히 통제할 방침이라고 밝힌바 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것은 지나치게 안이하고 고식적인 문교방침이라고 평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우리가 보는 바로는 사립국민교의 설립이 의무교육정상화의 한 방안이라고 한다면 사립국민교의 귀족화를 막는 방안은 오히려 사립국민교의 대중화를 위하여 대담한 장려정책을 수립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유휴시설을 활용케 하고 성실한 교육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개인이나 재단의 신청에 대해서는 이를 적극 장려하여 전국적으로 사립국민교의 수효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중지된 교사봉급에 대한 국고보조를 부활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 다음부터는 사립국민교에서 징수하는 공납금에 대해서 철저한 감독을 실시하여 조금이라도 귀족화 하거나 탈선 적인 학교운영을 못 하도록 지도함이 옳을 줄 믿는다. 특권적인 학교「버스」의 운용, 제복·제모의 착용 강요, 기타 사치스러운 학교 운영을 일체 못하게 하고 과중한 부형부담을 철저히 봉쇄할 수만 있다면 오늘의 한국에서 사립국민교는 그런 대로 교육적으로도 그 존립의 의의를 높이평가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욱 중대한 것은 사립국민교의 운영당국자가 그 교육을 통해서 민주주의교육의 본질과 또 그 기반이 되는 「페어·플레이」정신을 충분히 반영시키려는 사명관을 체득하는 일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