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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실 때도…" 중국서 성공한 한국기업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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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중국 비즈니스도 이젠 인재 전쟁이다. 유능한 인재 확보에 투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 9월부터 SK하이닉스 이천 본사로 파견돼 장기 연수 중인 우시(無錫)법인의 핵심 인재 5인방. 왼쪽부터 웨이샹둥(魏祥冬), 진샹옌(金相岩), 장성위(姜盛瑜), 왕예마오(王業茂), 두펑(杜朋). [사진 SK하이닉스]

중국은 이젠 시진핑(習近平)시대로 접어들었다. 경제에도 커다란 변화가 예상된다. 핵심은 내수 시장이다. 경제 체질을 투자 중심에서 소비 위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내수 부양에 총력을 기울일 움직임이다. 당연히 한국 기업의 중국 비즈니스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 어떻게 변해야 할 것인가.

 인재양성, 현지화, 소프트 상품 개발…. 중앙일보가 지식경제부·무역협회 등과 공동으로 제정한 ‘제3회 한·중 기업경영대상’ 수상 기업이 꼽은 시진핑 시대 중국 비즈니스의 성공 요소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영예의 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은 SK하이닉스반도체가 차지했고, 최우수상은 범한판토스에게 돌아갔다. 개인 공로 부문에서는 노재만 베이징 현대자동차 고문이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수상자가 말하는 시진핑 시대 한국 기업의 중국 경영 전략을 살펴봤다.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의 SK하이닉스. 로비에 들어가니 정면 벽에 걸려 있는 대형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一起工作 一起吃飯 一起喝酒’. ‘함께 일하고, 함께 밥 먹고, 함께 술 마시자’는 뜻이다. 이재우 법인장에게 그 뜻을 물으니 ‘한 가족이 되자(一家人·한 가족)는 회사 구호’라고 답한다. 한국에서 파견된 주재원과 현지 중국인 근로자가 하나가 돼 동고동락하며 일하자는 취지다.

 ◆‘토종’보다 더 ‘토종’이 되어라

 현수막이 걸린 것은 세계 금융위기가 휩쓸던 2008년 12월이었다. 당시 회사는 위기 타개를 위해 공회(公會·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노조는 ‘월급을 깎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회사는 2010년 실적이 호전되자 성과급 550%로 화답했다. 이 법인장은 “고통과 열매 모두 함께 나누는 신뢰의 문화가 이때 구축됐다”고 말했다. 파업과 직원 연쇄 자살 등으로 큰 고충을 겪고 있는 일본 혼다와 대만 팍스콘 등과는 크게 대조된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게 비전이다. 현지 직원도 능력이 있으면 고위직 승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투자 5년여 만에 중국인이 관리직인 파트장에 오르기도 했다. 9월에는 핵심 중국 인재 5명을 이천 본사로 파견해 1년 교육을 시키는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하기도 했다. 연수 중인 두펑(杜朋·32) 책임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분야에서는 중국 최고”라며 “우시 공장을 이천·청주 공장보다 생산성이 더 뛰어난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양평섭 박사는 “시진핑 시대 중국에서는 기업 간 인재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유능한 중국 현지 인재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느냐 여부에 따라 투자기업의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뢰밭 중국 비즈니스, 현장 서 답 찾아라”

 상하이에 중국비즈니스 본부를 두고 있는 범한판토스의 경쟁력은 ‘현장주의’에 있다. 2010년 범한은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폭스콘의 물류 사업권 입찰에 참여했다. 중국 현지 물류사뿐 아니라 DHL등 글로벌 업체도 참가한 매머드급 프로젝트였다. 범한은 ‘매뉴얼만 강한’ 서구 업체의 취약점을 공략했다. 변화무쌍한 중국 시장에서는 매뉴얼이 아닌 현장 경험이 중요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킨 것이다. 통관 문제 해결 선례도 제시했다. 중국 현지 업체에는 실시간 화물추적시스템 등 본사의 글로벌 통합 정보기술(IT) 시스템을 부각시켰다. 다양한 사례가 폭스콘을 감동시켰고, 정저우(鄭州)와 한국 구미 사이의 물류 사업권을 취득했다. 황선도 중국총괄 본부장은 “38개국 156개의 지사를 갖춘 본사 해외 네트워크와 중국 법인의 철저한 현장 전략으로 중국 고객사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며 “글로벌 경쟁력과 세심한 현지화를 조화시킨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전략으로 중국 시장을 뚫었다”고 말했다.

 범한은 한·중 FTA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황 본부장은 “현재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기업형수퍼마켓(SSM) 물류 경험을 토대로 사업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의 핵심은 소비자에게까지 뻗칠 수 있는 유통망이다.

 ◆“한국 스타일을 팔아라”

 “한국의 여성미와 색상으로 신세대 전문직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999년 한국의 중고가 여성복 브랜드 ‘온앤온’으로 중국에 첫 진출한 한은숙 보끄레머천다이즈 중국법인 사장의 말이다. 이 회사는 중국 진출 13년 만에 직영 180여 개가 있다. 한 사장은 “강남 스타일 이전에 한국 스타일이 있었다”며 “ 고객 서비스까지 한국 스타일로 승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보끄레는 중국인 매장 직원을 한국의 5성급 호텔에서 묶게 하면서 서비스를 경험시키기도 했다.

 중국 전역 10개 도시에서 버스운송 사업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 역시 한국 스타일을 팔고 있다. 중국 쓰촨(四川)성 현지 법인의 박영기 총경리는 “1990년대 말 ‘신사복 차림의 운전기사가 승객의 유무에 관계없이 정시에 출발한다’는 서비스로 시장 공략에 나섰다”며 “한국 서비스, 한국 브랜드는 믿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말했다. ‘신념’이라는 상품을 팔았다는 얘기다.

 한중기업경영 대상의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시중 서강대 교수는 “중국의 제조업 기술은 거의 한국을 따라잡았다”며 “이제는 디자인·마케팅·브랜드·유통 등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소프트산업에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중 기업경영대상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성공 사례를 확산시키기 위해 2010년 중앙일보·지식경제부·무역협회가 공동으로 제정했다. 올 제3회 시상식은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SK하이닉스가 대상(지식경제부장관상), 범한판토스가 최우수상 수상 기업으로 선정됐다. 이 밖에 금호고속·JS인터내셔널·보끄레머천다이징·CCIC코리아·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 등이 우수상을 차지했다. 노재만 베이징 현대자동차 고문이 개인 공로 부문 최우수상을, 강영일 웨이하이대화목업 사장이 우수상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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