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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태양 아래 성탄절 맞는 동남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동남아의 더운 나라 사람들에게 「화이트·크리스머스」는 노래에만 있는 세계다.
고깔 모자의 「샌터클로즈」할아버지가 썰매를 타고 은백의 언덕 위를 달리는 모습은 「마닐라」나 「방콕」 「보르네오」에 사는 꿈 많은 소녀의 꿈에 불과한 것.
이글거리는 태양열 속에 맞는 동남아의 「블랙·크리스머스」는 안타까울 만큼 느리다. 그래서 「크리스머스·캐럴」은 11월에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래야 「크리스머스·이브」에 이르러 「무드」가 빠듯해지기 때문이다.

<「정글」에도 「크리스머스」가>
기자가 11월26일 용광로 속 같은「마닐라」에 도착하자 한국 대사관이 자리 잡고 있는 「아얄라」 가엔 벌써 높이 2미터의 「크리스머스·트리」가 세워져 있었다. 라디오에선 「캐럴」이 끊임없이 흘러 나왔다. 「정글」과 악어의 나라 북「보르네오」와 「사라와크」도 마찬가지-. 인구 2만의 「사라와크」의 「미리」시 사교 「클럽」 GCM은 벌써부터 「트리」에 오색등을 밝히고 「미리」시 사상 최대의 무도회 준비에 바빴다.

<「방콕」에 소개된 한국 「크리스머스」>
「싱가포르」에 와보니 「크리스머스·무드」는 「쇼윈도」에 진열된 「카드」위에서 무르익고 있었다.
「코피」색 얼굴에 납작코인 「말레이지아」아줌마, 간드러진 미모의 인도 색시, 수다스런 중국 아저씨들이 열심히 「카드」를 고른다.
훌쩍 「방콕」으로 건너뛰면 여긴 신문들이 「크리스머스」를 독점, 「방콕·포스트」지는 16면의 특집을 내어 「크리스머스」의 유래, 「파티」 준비 절차까지 상세히 소개한다. 게다가 7단짜리의 소획 기사로 한국 휴전선의 「크리스머스」가 「사이공」의 그것과 자리를 같이 하고 있다. 「호텔」마다 다투어 「크리스머스」무도회 광고이다.

<맹호부대 김상병의 독백>
2백50만의 「가톨릭」 신도들이 사는 월남은 가장 침울한 「크리스머스」를 맞는다. 「카드」「트리」「캐럴」모두 갖춰져 있지만 촛불하나 마음놓고 밝힐 수 없는 형편. 「베트콩」기습의 위협 속에 병사서 「크리스머스」를 맞는 17만 미국 군과 한국군은 「트리」 「캐럴」 「야전 성찬」을 등화관제 속에서 즐겨야 한다. 『그러니 이거야 정말 「블랙·크리스머스」죠…』 고국의 「화이트·크리스머스」가 뼛속 깊이 그립다는 맹호부대 김 상병의 독백이다.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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