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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의 황금어장|몰려드는 일 어선 때|한·일 공동규제 수역 상공을 날다|배마다 고기 가득|「규제」는 꿈에서나|뒤진 장비, 한국 배는 기진맥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스나OAS기상에서 부산 주재 나오진·김영태기자】한·일 협정 비준서 교환과 더불어 어업협정이 발효되자 우리 나라 황금어장으로 불리는 공동규제해역인 남해 흑산군도 근해 어장에는 벌써부터 협정 발효를 학수 고대했다는 듯이 국적기치도 없는 대소 어선단이 30내지 40척씩 떼를 지어 밀어닥치기 시작하고 있다. 한·일 조약 및 협정 비준서가 교환 된지 만 하루가 지난 19일 하오 남서 해 일대 장장 3백 마일(비행시간3시간10분)의 규제 수역인 어장을 상공에서 답사해 본다.
공동 규제 수역인 소 흑산도 남쪽 50∼60마일 해상에 이르자 국적 기치는 없으나 일본어선으로 보이는 1백80톤 급의 현대식 저인망 동력어선2척이 이미 어획을 마치고 선수를 동남쪽(일본 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선체는 고기가 가득 실려서 깊숙이 해중에 담겨진 채 시속 l2∼13마일의 속도.
운무가 짙어 40∼50마일 사방 대해를 간신히 바라 볼 수 있는 시야에서 소 흑산도를 지나 대흑산도가 아슴푸레 보이는 중간 해상에 이르자 우리 나라 어선단으로 보이는 40∼50톤 가량의 소형 목선 어선단 10여 척이 50∼1백 미터의 간격으로 흩어져 고기를 잡고 있었는데 앞에 본 두 척의 동력 일본어선과는 그 장비 면에 있어 크게 대조적.
대흑산도 남방 20마일 해상에는 역시 국적기치 없이 한·일 두 나라 어선들이 뒤섞인 것으로 보이는 20여 척의 어선단이 산발적인 위치에서 제각기 고기잡이에 치열한 경쟁이 붙고 있는 듯 했다. 그 가운데에는 동력어선도 끼어 있었으나 대부분은 60∼70톤 급의 소형 어선들이었다. 소형선은 분명히, 한국어선.
대흑산도 남동쪽 10마일 지점에 자리잡은 이름 모를 섬 항구에는 우리 나라 어민들이 실의에 잠기고 있는 듯(?) 50∼60척의 어선들이 항구에 매인 채 움직이지 않고 있다.
우리 나라 어선들은 거의가 소형 목선들로서 기진맥진, 애초부터 출어를 포기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따라서 지금부터 홍수처럼 밀어닥칠 공동규제 수역 안에서의 일본 어부들에게 대항하여 어로경쟁을 한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
한·일 두 나라 정부는 협정 발효와 더불어 어업 지도선을 공동 규제수역 내에 파견해서 제각기 상대방의 어획량 등을 감시한다지만 동·남·서해 장장 5백여 마일의 대해를 기능이 미약한 불과 10척 정도의 어업 지도선으로써 어로의 실적을 파악한다는 것은 꿈에서나 그려볼 일에 불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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