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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시간을 의미하는 말들의 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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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등 시간에 관한 철학적인 명언들이 수없이 많다. ‘시간’은 그만큼 인간의 삶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개념이다. 그런 때문인지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의미상 미묘한 차이를 지닌 ‘시간/시각’ ‘시기/시점’에 대해 살펴보자.

 ‘시간’과 ‘시각’은 “집합 시간/시각은 10시다” “오늘 해 뜨는 시간/시각은 오전 5시다”에서와 같이 때에 따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구분해 써야 할 때조차 뒤섞여 쓰이곤 한다.

 먼저 ‘시각’은 시간의 어느 한 시점을 의미한다. ‘시간’은 ‘시각’과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포괄적으로 ‘시각과 시각의 사이’를 나타낸다. ‘시각’이 (멈춘 것과 다름없는) 아주 짧은 시간이나 ‘순간’을 나타낸다면, ‘시간’은 ‘흐름’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단어를 이루는 한자를 살펴보면 의미를 보다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시각(時刻)’은 ‘때 시(時)’자에 ‘새길 각(刻)’자가 만나 ‘시간을 새긴 자리, 즉 그 순간’이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시간(時間)’은 ‘때 시(時)’자에 ‘틈 간(間)’자가 붙어 ‘때와 때의 틈’, 즉 공간(흐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따라서 “시간 낭비하지 말아라” “시간이 해결해 줄 문제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다” 등에서는 ‘시간’을 ‘시각’으로 바꾸어 쓸 수 없다.

 ‘시점’과 ‘시기’ 역시 비슷한 듯 보이나 구분해 써야 한다. ‘시점’은 시간의 흐름 가운데 어느 한순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시기’는 어떤 일이나 현상이 진행되는 때를 의미한다. ‘시점’은 ‘순간’, ‘시기’는 ‘진행’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지금은 그 얘기를 할 시점이 아니다” “이 시점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무얼까” “변화의 시점에 서 있다” 등에서는 ‘시점’이, “사춘기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도 중요한 시기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시기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등에서는 ‘시기’가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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