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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청구권 사용계획에 대하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27일 아침 경제기획원은 원 무임소 장관과 합의를 본 대일 청구권 사용 계획안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안은 본래 사회간접투자를 중심으로 한 경제기획원안이 작성되었던 것인데, 고위층이 만족하는바 되지 못하여 원 무임소 장관의 농수산부문 투자를 중심으로 한 안이 작성되어 발표되었던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 무임소 장관은 정부최종안이라고 하는가 하면, 장 경제기획원 장관은 정치적이고 평면적이며 화려한 안으로서 문헌적인 가치가 있을 뿐 실천성이 박약하다고 평함으로써 동 계획안 작성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대립하는 듯한 감마저 주었던 것이다. 양시안을 종합 절충하여 작성된 이번 계획안은 대일 청구권 관리위원회의 의결을 거치면 정부의 최종안으로서 확정되어 일본정부에 통고될 것이다.
이 계획안은 외자에 있어서는 총 규모를 5억 3천 20만불로 하고 그 재원은 무상 3억불과 재정차관 2억불을 대상으로 하였으므로 민간 차관은 이 계획에서 제외되었다. 재원에 비해서 3천 20만불이 초과되는데 이것은 각 부문의 실제 소요액 증감을 예상하여 조절용으로 추가 계상한 것으로 보인다. 내자의 총 규모는 7백38억원에 달하는 데 이것은 원자재 도입 1억 6천 9백여만불의 원화 대전과 기타 시설재 도입분의 상환원금으로 충당된다.
이 사용계획은 내외 자금 면에서는 자체 완결적이다. 2차 5개년 계획의 일부를 구성할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사업부문 면에서는 어떤 연계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르나, 자금 면에서는 특히 내자 면에서 국내 자본 동원과 하등의 연결 없이 작성되었다. 따라서 내자소요액 7백 38억원의 63「프로」에 해당하는 4백 65억원을 조출하기 위해서, 외자 할당 부문별로 본다면 으뜸가는 1억 6천 9백만불의 거액을 원자재 도입에 할당하였다는 점을 먼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다음으로 부문별로는 사회 간접자본 부문, 중소기업 및 기계공업 부문, 농수산 부문의 순으로 배정되었는데 투자 대상이 대단히 광범위하고 분산되어있으며 그 수익성이 불확실한 것이 대부분이다. 5억불 가운데 2억불은 차관이므로 원리금을 합쳐서 일정기간 내에 불화로 상환하여야할 것이므로 각 사업체의 수익성과 더불어 외화가득의 가능성도 고려하여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제기될 것이며 일반에게는 경제적 배려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한 자금배분이라는 감을 짙게 한다.
이에 겸하여 한국 경제 중에서도 가장 낙후된 부문, 따라서 가장 빈약한 부문이 투자대상으로 상당히 많이 선정되었는데, 이만한 자금을 흡수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었는지, 또한 이용할 구체적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지가 우려된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의 계획안이고, 일본 정부의 합의를 얻어야 할 것이며「바이·재팬」정책에 구속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 할 때에 그나마도 일본의 과잉산품 또는 사양산업 생산품을 받아들이게 될 가능성은 없는지, 그리고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품목이 포함될 우려는 없는지에 대하여도 국민은 비상한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정부도 이에 대하여는 많은 관심을 표명하여 국내에서 생산이 가능한 품목은 제외할 것을 다짐하고 있으나, 이와 같은 우려가 기우에 불과한 것이 되도록 강력히 추진하기를 요망하는 동시에 이와 같은 사업에 개입하는 것이 통례가 되다시피 한 부정과 부패가 이번만은 자취도 나타내지 않도록 하여주기 바란다.
더우기 이 자금은 이 민족이 36년간 그들로부터 받은 굴욕과 학대와 착취의 대가임을 생각할 때에 만일 여기에 협잡과 부패가 난무한다면 그들에 대한 노예 생활을 우리 스스로가 정당화하여 주는 결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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