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은 결혼과 함께「자아」를 잃는다. 여성으로서 또는 주부로서의 「자신」마저 잃어간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끼기를 거부한다. 여자의 일생은 아버지, 남편, 아들을 차례로 따라야한다는 소위 삼종의 미덕을 아직도 충실히 지켜가는 셈이고, 그 인종이 한국의 가정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일 의협 강당서 열린 정신건강협회 월례강좌에서 발표된 고대교수 이태현 여사의 「한국여성의 욕구분석」은 위와 같은 결론을 주고 있다. 서울의 가정부인 9백16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결과는 최근 이교수가 시작하고 있는「미혼여성의 욕구분석」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 변화상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기혼여성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무엇일까? 미혼여성의 97%가 차지하는 자기자신의 문제로 온통 정신을 쏟고있는 데에 비해 기혼여성 중 자기자신에 최대의 관심을 쏟고 있는 사람은 겨우 3%, 51%나 되는 부인들이 그들의 자녀문제에 가장 큰 관심을 두고있고 20%가 수입문제에 머리쓰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벗으면서 자기 자신을 버린 한국여성들은 점차 여자로서 주부로서의 자신마저 잃어간다. 「다시 결혼할 환경이 된다면?」이란 물음에 결혼하겠다는 사람은 47%밖에 안되고 반수(50%)가 결혼을 않겠다고 대답했다.
실망이 쌓여 체념의 습성을 얻은 한국의 주부들에게 현실도피의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남은 당연한 일. 그들은「결혼-공부나 더 했더라면」(72%), 「훌쩍 먼 나라로나 떠나 살았으면」(57%) 「직장생활이나 했으면」(44%)하고 처녀시절과는 다른 꿈을 되씹고 있다.
그들의 불만과 도피의식은 차라리 남자로나 태어났더라면 하는 엉뚱한 공상에서 그 절정에 이른다. 「다시 세상에 태어난다면 남자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 53%의 기혼여성이 「그렇다」고 대답하여 「다시 여자가 되고싶다」는 45%를 훨씬 앞지르고 있다. 미국의 경우 25%만이 남자되길 바란다는 것, 미혼여성의 31%만이 남자되기를 원한다는 통계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그들은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를 거부한다.「불행하다」 (8%)「퍽 불행하다」(1%)는 9%뿐이고 나머지 90%는「보통」(54%)「행복」(30%)「퍽 행복」(6%)하다고 고집하고 있다. 이 통계는 미혼여성의 경우와 거의 일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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