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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대통령궁 주변에 탱크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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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6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 대통령궁 인근에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무슬림형제단 시위대가 탱크 주위에 모여 있다. 이날 새벽까지 계속된 무르시 찬성파와 반대파의 유혈충돌로 인해 대통령궁 주변에 최소 5대 이상의 탱크가 배치됐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로이터 카이로=뉴시스]

이른바 ‘파라오 헌법’으로 인한 이집트 사태에서 군부의 움직임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전국적인 폭력 유혈충돌 과정에서 군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태가 급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AFP통신 등은 6일(현지시간) 카이로 대통령궁 주변에 최소 5대의 탱크와 9대의 장갑차가 배치됐다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찬반 세력이 충돌하면서 사망자와 부상자가 각각 6명, 446명이 발생한 다음 날이다. 이집트 국영TV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오전 대통령궁 주변에 탱크 4대와 장갑차 3대가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을 주축으로 한 이슬람주의자 수천 명과 야권·시민단체 회원들로 구성된 반대 세력은 6일 새벽까지 대통령궁 주변에서 충돌했다.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양측 시위대는 최대 10만 명으로 불어나 서로에게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각목을 휘둘렀다. 이번 충돌은 무르시가 지난달 22일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새 헌법 선언’을 한 이후 최대 규모다.

 외신에 따르면 대통령궁 호위에 배치된 병력은 대통령 수비대와 공화국 수비대 소속이다. 수도에 탱크와 장갑차가 배치된 것은 지난 6월 무르시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카이로의 봄’ 때는 군이 시민에 대한 유혈진압을 거부하면서 호스니 무바라크 전임 대통령이 하야 수순을 밟았다.

 이와 관련,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중동 전문가인 로버트 스프링보그 해군대학원 교수를 인용해 혼란을 빌미로 군부가 전면에 나설 가능성을 경고했다. 무르시 취임 이후 기존 권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부와 유화적 관계를 유지해온 군부가 시위대 진압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든 야든 민간 통제가 안 되는 경우 군부에 손을 벌릴 수 있고, 이 경우 군부가 어느 편을 드느냐에 따라 사태가 급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치적인 협상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이집트 관영 메나(MENA) 통신은 대통령 보좌진 가운데 3명이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고 5일 보도했다. 여권은 새 헌법초안과 관련 수정안을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도 비쳤다. 마흐무드 메키 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투표는 예정대로 15일 실시하되 논란이 되는 일부 헌법 조항을 야권과 합의하에 개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권은 “헌법 선언을 취소하고 국민투표를 연기한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맞섰다.

 찬반 세력 간 무력 충돌은 다른 도시로도 확산돼서 이스마일리아와 수에즈에서는 이슬람형제단 당사 건물이 불에 타기도 했다. 알렉산드리아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의 고위 인사이자 문제가 된 헌법 초안을 만든 제헌의회 의원 중 한 명이 반대파의 공격으로 다쳤다.

 무르시 대통령은 6일 오후 성명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됐지만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야권 연합은 무르시가 이날까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타흐리르 광장과 대통령궁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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