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거리도 없는데 왜 자꾸 이러십니까”…고단한 중개업계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황정일기자] 경기 침체가 몇 년째 이어져 오면서 요즘 힘들지 않은 업종이 없다. 부동산 중개업계도 마찬가지다. 주택 거래량은 바닥인 데 경쟁은 더 치열하다.

명예퇴직이나 정년 등으로 제2의 인생을 하려는 사람의 상당 수가 중개업계로 몰리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부동산 시장 침체 속에서도 공인중개사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이 일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특히 중계업계의 불만이 크다. 자본력과 정보력을 갖춘 공룡이 자꾸 중개업계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만난 서울 금천구의 한 중개업소 사장도 얼굴에 불만이 가득하다. 어쩌면 이 분의 얼굴이 요즘 전국의 모든 공인중개사의 속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참 내, 가만 두질 않아. 가뜩이나 시장이 위축되면서 먹을 게 없는데 말이야. 하여간 대한민국 참 웃겨.
-(뭘 또 대한민국까지…)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뭐 주택 거래가 안돼서 돈벌이도 시원찮은데 자꾸 국민은행이니 뭐니 이런 데서 부동산 서비스 강화한답시고 중개업 하려고 하자나.
-안 한다던데요… 그러기로 한 거 아닌가요?

-그거야 모르지. 지금 당장이야 안 한다 하지만 어디 뭐 믿을 수가 있나. 그리고 말로만 VIP 고객에 대한 서비스 차원이라고 하지만 자기들에게 잘하는 공인중개사 몇 명한테만 손님 보내면, 그게 자기들이 하는 거나 다름없는 거지 뭐.
- 그런가요.

포털ㆍ금융권 등 골목상권 넘봐

-포털ㆍ금융권도 그렇고…. 심지어 거 뭐야 강남의 한 은행 지점 같은 데서는 지점 단위(PB센터를 말씀하시는 듯)로 그런 서비스를 하고 있자나. 그게 다 그런 거 아니겠어.
-아, 맞아요. 그런데서 우수 고객, 돈 많은 고객 등을 대상으로 그런 서비스 하죠.

-그렇다니까. 내가 그런 은행 VIP라도 그런 서비스를 해준다면 굳이 생판 모르는 중개업소 찾아가 거래 안하지. 그런 데서 밀어주고 추천해주고 붙여주는 곳과 하지. 공신력 등 사회적으로 보면 그런 데가 훨씬 체계적이고 많이 아는 것 같고 믿음이 가자나. 그런 브랜드 파워를 이용해 골목상권 넘보는 거지. 양심들이 없어 양심들이.

-맞아요. 듣고보니 SSM(기업형 슈퍼마켓)과 다를 바 없어 보이네요. 하긴 실제로 홈플러스가 3~4년 전쯤인가, 중개서비스 하려다 혼쭐이 난 적도 있었죠. 참 웃기는 사람들이에요. 공산품이나 열심히 팔 것이지…

-요즘에는 국회의원까지 못살게 굴어요. 거 뭐냐, 집보러 갈 때 미리 집주인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과태료까지 부과하려고 수작을 부리니 원.
-그건 또 무슨 얘기에요. 처음 듣는데.

-아 접때(지난달 말) 모 의원이 주인 허락 받고, 안 그럼 과태료를 물리는 관련법안 개정안 발의했자나요. 그것도 참 웃겨요. 집 보러 왔다고 거짓말한 뒤 강도로 돌변하는 몇몇 인간들 때문에 공인중개사가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해? 그리고 그게 말이나 돼?
-

법률 규제 움직임도

-정확하면서도 신속히 처리해야 하는 게 중개 일 아니야? 그런데 언제 집주인한테 연락해서 허락받고, 날짜 정하고 그러고 앉아 있어요. 누가 봐도 실효성이 없는 과도한 규제일 뿐이지. 범죄 예방을 빙자해 중개업계를 물먹이려는 수작인 거지. 
-듣고 보니 그러네요. 각 가정에 출입하는 게 공인중개사뿐인 것도 아닌데. 택배도 있고 우편도 있고 가스검침원도 있고. 왜 공인중개사만 규제를… 그것도 공인중개사는 국가공인자격증을 갖고 있는 분들인데.

-아 그럼 택배도 우체국도 다 통제하고 규제하던가. 그러고 보니 일부에서 로비해서 중개업계 죽이련는 수작 아냐 이거. 아무래도 수상해. 그런 시기에 그런 법률안을 내는 게…
-(하하 정치에 관심이 너무 많으시네. 음모론까지) 에이 설마요.

-아냐, 모르는 일이야. 하여간 좀 못살게 굴지 말라고 해요. 가뜩이가 일감도 없는데 말이야. 요 옆집 젊은 아저씬 요즘 밤에 대리운전한대 알바로. 나도 뭐든 해야 할 판이야. 이십년 넘게 중개업소 했지만 이런 불황은 처음이야. 이런 마당에 대통령 후보들은 이상한 소리나 해대고 말이야.
-…

-어떤 일이든 경력이 쌓이고 경험이 늘면 일이 좀 쉬워져야 하는데. 하아, 어찌된 게 갈수록 힘들어 이 일이.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