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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 일발 악의 종장|이성수 추격전…막다른 골목의 발버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찰의 비상선을 명동 시키던 개머리판 없는 [카빈]총의 주인공 이성수는 필사적인 발버둥을 치다 못해 독안에 쫓겨 들어가 자살하고 말았다. 영등포 어린이 놀이터의 추격이래 만 46시간동안 도망자의 검거를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리던 구자춘 서울시경 국장은 이의 최후를 보고 받자 "이 사건을 경찰 수사의 타산지석으로 삼겠노라"고 말했다.
무기를 품고 도망치는 이성수의 추격전에서 몇 가지 큰 교훈을 얻고 서투른 재래식 수사의 맹점을 시정해야 되겠음을 느꼈다는 것이다. 사실 경찰은 개머리판 없는 [카빈]총을 무서워했다. 자유 [센터]총격 사건 직후 공범 김광덕과 노기출을 잡아 개가를 올렸다고 자부하던 경찰이었지만 막상 이의 추격전이 본격화했을 때 "최후까지 총을 쏘고 자살하겠다"던 이의 말대로 한사코 총을 버리지 않는데 당황하고 말았다. 그래서 이만한 사건에 경험이 없던 시경은 몇 가지 수사의 [미스]를 저지른 것이다. "경찰은 궁한 쥐가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을 미처 몰랐던 것이다.
7일 하오 영등포 [어린이 놀이터]에서 무심코 이를 불심 검문한 신풍호·이영호 두 형사가 첫 번째 [케이스]- 이가 벌떡 일어나며 총을 겨누자 두 형사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는 오히려 신 형사를 힘껏 후려치고 철조망을 넘어 도망치고 말았다.
이튿날 회현동에서 실패한 박창식 순경의 경우도 그랬다. 정확한 신고를 받은 박순경은 오히려 무모한 편이었다.
번연히 총을 가진 이를 알고 서투르게 추격했다는 것. 박순경이 이의 총격에 다친 뒤부터 경찰은 더욱 이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그날 밤 빗속에서 남산 일대를 포위한 경찰관들은 빈총을 메고 다닌 꼴이었다. 밤 7시쯤 "이와 비슷한 자가 지물포에 나타났다"는 신고를 받은 모 간부의 예가 그랬다.
[남창지업사]를 향해 단신으로 달려가던 그는 주춤 발을 멈춘 뒤 뒤로 돌아가서 무장경관을 소리쳐 부르는 것이었다. 수십명의 경찰관이 달려 올 때를 기다려서야 수색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총기를 가진 위험한 범인의 수사에 있어서 당초 경찰이 너무 방심했고, 위험을 안 뒤로는 너무 두려워했다는 것이 이번 사건에서 경찰이 드러낸 [미스]였다고 신이식 수사 과장도 솔직이 시인하고 있다.
자유 [센터]총격 사건이 일어난 10월 31일 경찰은 즉시 김광덕을 검거해서 맹렬히 추궁했다. 하나 김은 이를 악물고 밤새도록 부인했다.
경찰은 김에게서 손을 뗄 도리 밖에 없었다. 이때 시경 수사과 구자춘 주임이 김의 취조를 맡고 나섰다.
[가톨릭]신자인 구주임은 조용히 김에게 성경의 귀절을 외워 주었다. "내가 너희에게 진심으로 이르느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염려하지 말라…" 반항적이던 김의 마음이 답답해졌다.
김은 별안간 울음을 터뜨리며 구주임에게 매달려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것이 실마리가 되어 공범 노기출이 잡히고 이어 노의 자백으로 퇴계원 보초 살해 사건이 풀리게 되었다.
구주임 앞에서 눈물을 흘린 김은 사회의 냉대를 구주임에게 호소했다. 전과자인 김은 친누이 동생의 집에도 발걸음을 할 수 없었다는 것. 이성수의 경우도 비슷했다.
전과 2범의 형을 마치고 넝마주이-폐품 수집장을 전전하던 그는 지난 8월 30일 중부시장에서 안동 교도소 동지인 노를 우연히 만났다.
이때부터 이는 노의 집에서 눈치 밥을 먹으며 노의 부인에게 심한 구박을 받았다. 총기를 입수하기 위해 퇴계원 살인을 저지른 이는 이때부터 "살기 위해 죽였다. 그리고 죽어도 감방에는 다시 가기 싫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는 것인데 그의 다짐 아닌 다짐대로 끝내 형무소를 기피, 자살을 택하고 만 것이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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