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옥두 의원의 '떡값'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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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떡값'이 김대중(DJ) 정권의 마지막 장면을 꼴사납게 만들고 있다. 떡값의 제공자는 국정원이고 받은 쪽은 민주당 김옥두 의원이다.

최근 金대통령이 "입에 올리지 말아 달라"며 해체를 선언했던 동교동계의 핵심이 金의원이다.

말썽은 金의원이 경기도 분당 파크뷰 아파트 세채를 가족 명의로 분양받으면서 낸 계약금 중 일부가 국정원 수표(10만원권 15장)로 확인되면서 생겼다.

검찰에 따르면 문제의 수표는 지난해 2월 설 무렵 국정원 측이 金의원 등 정보위 소속 의원들에게 떡값 명목으로 수백만원씩 지급한 돈의 일부라고 한다. 뇌물이 아닌 명절 때 인사치레 성격의 돈이라는 주장이다.

그렇지만 떡값이란 말은 뇌물을 받아 들통났을 때 흔히 빠져나가는 명분이었음을 국민은 기억하고 있다. 때문에 수백만원이 떡값인가, 아파트 사는 데 보태는 게 떡값인가 등 의혹과 비아냥 섞인 여론이 번지고 있다.

그 의문의 하나는 돈의 성격이다. 정보위는 국회에서 국정원장을 상대한다. 때문에 액수가 적다 해도 국정원의 업무.예산를 따질 때 살살 다뤄달라는 정치적 청탁 요소가 담겨 있을 수 있다. 정보위 소속 의원 전체가 받았다면 집단 탈선이다.

국정원이 쓰는 떡값의 용처와 대상에 대한 의혹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7월 전.현직 국정원장이 DJ의 아들 김홍업씨에게 떡값.휴가비란 이름으로 각각 2천5백만원.1천만원씩 준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이번의 경우 국정원 계좌에서 문제의 수표를 포함해 7억원이 일시에 출금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이번 파문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수표, DJ 정권의 실세, 신도시 고급 아파트라는 세가지 민감한 요소가 얽혀 있어 수그러들기가 쉽지 않다.

'떡값'은 인간미와 선의를 내세우지만 검은 돈의 변칙적인 거래 수단으로 정치권에서 활용돼 왔다. 퇴출시켜야 할 낡은 정치의 관행이다. 그런 측면에서도 당사자들이 진상을 소상히 밝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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