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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실시에 성의를 보여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앞서 민중당 소속 국회의원 20명은 지방자치제부활문제와 관련해 박대통령에게 공개질문서를 제출, 정부에서 ①지방의회를 구성할 생각인가 ②구성한다면 시기는 언제인가 ③구성치 않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고 따진 바 있다. 국회에서 질문서를 받으면 국회법에 따라 정부는 10일이내에 서면이나 구두로 답변을 하든지 아니면 답변기한을 국회에 통지키로 되어있지만 아직도 정부측에서는 공식적으로 태도표시를 하지 않고있다. 우리는 정부가 지방자치제 실시에 관해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 의사표시를 주시하면서 지방자치제 부활에 대해 우리의 견해를 여기 요약해서 밝힐 필요를 느낀다.
우리 헌법 제109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권을 규정하고 나서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한다"고 했다. 그리고 제110조는 "지방자치단체에는 의회를 둔다.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써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조문으로 미루어보아 지방자치제실시에는 지방자치단체의 종류, 지방자치단체의 정치기구, 그리고 자치단체의 장과 지방의회의 선임방법등을 골자로 하는 광범한 입법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은 구차스러운 설명을 필요치아니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타난 정부·여당의 태도를 보건대 우리 사회실정에 알맞는 합리적인 지방자치제가 무엇인가를 계속 연구중에 있다고만 언명할 따름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한 구체적인 입법조치를 강구치도 않고 또 지방자치를 하기위한 예산계정도 하지않고 있음으로해서 정부·여당이 과연 지방자치를 실시할 생각을 갖고있는가 그 성의부터 의심을 자아내게 하는 것이다.
법의 제정을 기다려 실천에 옮길 수 있는 헌법상 제도를, 법의 제정을 지연시킴으로써 장기에 걸쳐 구현치 않는다는 것은 헌법에 대한 소극적인 위배이다. 1951년 임시수도 부산에서 정치파동을 겪으면서 채택되었던 상·하 양원제가 이대통령 1인 정치의 완강한 거부를 받아 그 재임시에 끝까지 제도로서 구현될 수 없어 그 당시 위헌논쟁이 분분하였던 것을 우리는 세삼스러이 상기하게 되는데 헌법상 제도화하게 되어있는 지방자치제도 정부의 무성의와 국회의 입법 태만으로 계속 그 실시를 보류하게된다면 헌법의 지방자치제는 완전히 공문화하고 만다.
헌법을 지켜 지방자치제를 실시해야한다는 국민의 여론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이 지방자치를 실시하려는 성의를 전혀 보이지 않고 또 그 실시에 필요한 준비를 등한히 하고 있는 진의가 무엇인지 우리는 잘 모른다. 들리는 바 5·16전 지방자치를 단시간 실시해본 경험에 비추어 지방자치가 선거과잉으로 국민의 염증을 자아냈다, 재정을 낭비하면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치 못했다, 지방자치제의 종류가 너무 많았다 등등이 현 집권세력으로 하여금 지방자치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라고 한다.
이런 거론에는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제도를 잘못 마련하고 이를 그릇되게 운영했다는 이유를 가지고 제도 그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취해서는 안된다. 지방자치는 민주정치의 기간인 동시에, 일국의 민주주의를 운영키 위해서는 최대의 학교역할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일국의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직선하는 국민이 서울특별시장이나 도지사, 그리고 시의회나 도의회의원을 선출할만한 능력이 없다고는 절대로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른 것은 고사하고 3백50만을 헤아리는 서울시민이 관선시장 1인 행정의 중압밑에서 산다는 것은 실로 국가적인 수치라고 볼 수 있다. 정부·여당은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나마 최소한 명년중으로 지방자치의 일부라도 실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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