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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옴부즈맨 칼럼] 새 인물 철저한 검증 아쉬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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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온 매스컴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관련 기사로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선거 이전과 선거 과정에서 노무현 당선자와 그 주변에서 표출된 생각과 성향에 대해선 기대와 불안이 극명하게 갈린다.

노무현 새 정부가 대북정책, 한.미 관계, 재벌정책, 노사관계 등에서 개혁노선을 밀어붙일지, 보다 신중하게 안정적으로 접근해 나갈지는 국민적 관심사를 뛰어넘는다. 미국.북한을 비롯한 국제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인수위 활동은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다. 우선은 거기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어떤 배경과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냐다. 그 다음은 그들의 평소 생각이 국정을 책임져야 할 새로운 입장에서 국정 현실과 맞물려 얼마나 현실적이고 책임있는 정책으로 정제되느냐다.

이를 보도하고 해석하고 논평해야 할 언론이 인수위를 집중 커버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얼마나 국민의 궁금증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느냐일 것이다.

우선 인수위에 들어간 사람에 대한 보도다. 盧당선자의 보좌진과 싱크탱크는 거의 일반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盧당선자 자신이 집권세력이나 야당의 주류에 있었던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주변 인물은 얼마 전까지도 거의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다.

때문에 그들이 누구고, 어떤 생각,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보도가 중앙일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미흡해 보인다.

*** 덕담 위주 인물評은 식상

앞으로도 중요한 인사가 줄을 이을텐데 특히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인물에 대해선 종래의 덕담 위주 보도의 틀을 깨는 철저한 인간탐구에 대한 요구가 크다.

다음은 인수위 활동에 대한 정확한 보도인데 현재 보도와 인수위측의 부인이 잇따르고 있다. 내부적으로 논의하거나 검토한 적이 없다든가, 선거공약 또는 인수위 관계자의 개인 논문이나 생각일 뿐이라는 해명이다.

인수위원장이 지적한 지난 3일부터 7일 사이1면 톱으로 보도된 19건의 '정책혼선 보도사례'에 다행히 중앙일보는 빠져 있다.

그렇더라도 지금 같은 보도경쟁 상황에선 과장보도 유혹을 차단하기 위해 기사 관련 책임자에 대한 재확인을 통해 논평이나 반론을 기사에 포함시키고, 보도하는 내용이 어느 단계에 있는 것인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관계자의 개인 의견이 마치 정책으로 검토되는 것처럼, 논의 초기 단계에서 이미 확정된 것처럼 보도된다면 이는 오보일 수밖에 없다.

그 밖에 구체적으로 지난 2주간의 중앙일보 지면을 보면 송년호 1면 톱 '송년 식탁에 촛불을 켭시다' 제하의 기획기사는 연례적 기획임을 밝혔는데도 우리 사회를 크게 흔든 촛불 시위로 인해 다른 의미로 느끼는 사람이 꽤 있었다.

중앙일보가 촛불 시위를 부추기느냐는 시각이다. 그날 대규모 촛불시위가 예정된 상황에서 촛불을 켜자는 기획기사가 이렇게 오해될 수 있음을 깊이 생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날자 1면에는 북핵과 관련한 盧당선자의 말을 보도하면서 盧당선자 "北 고립정책 반대"란 제목을 달았다.

盧당선자의 말 뜻은 북한 고립정책에 회의적이고 결국 반대한다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명시적으로 반대한다는 말이 기사에는 없다. 그렇다면 외교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한 최고 책임자의 말을 보도하면서 직접인용부호 안에 기자의 해석을 넣는 것은 정확을 기하는 보도태도라 할 수 없다.

*** 권력 비판기사 안 놓쳐야

1월 6일과 9일자에서 인수위 실무진 인사에 盧당선자 부인의 조카 및 핵심측근의 처남이 포함됐다는 기사와 임채정 인수위원장의 인사청탁 의혹 기사가 연거푸 눈에 띄지 않았다.

설혹 실수로라도 새 권력 핵심에 대한 비판적 기사가 자주 빠지면 중앙일보가 달라졌다느니, 눈치를 본다느니 하는 오해를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그동안 우리 언론들은 전.현 대통령의 아들.친인척의 비리와 발호는 언론의 눈치보기에도 책임의 일단이 있다고 자성해 오지 않았던가.

지난 2주간에 가장 아쉬웠던 것은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내정인사를 놓친 것이다. 특종과 낙종은 '언가지상사(言家之常事)'라지만 특종을 당한 날 3면 해설기사에서 거론한 3명의 비서실장 후보군에 정작 실장 내정자가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성병욱 중앙일보 고문 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