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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테러참사 쇼크…전문가 경제진단]

중앙일보

입력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12일 이번 미국 폭탄테러 사건으로 우리나라의 금융시장과 실물경제는 적지않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상당수의 전문가들은 ▲미국의 투자.소비심리 위축으로 이 나라 경기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타격을 입게 되고 ▲국제자본 이탈 등에 따른 미국증시 위축은 국내 증시의 하락으로 이어지는데다 ▲국제유가상승.환율불안등으로 물가상승.기업비용 증가 등 국내경제의 교란요인이 발생하며 ▲기업 해외매각도 일정기간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국지전이 발생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심한 우리나라 경제는 큰 충격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성격과 미국의 대응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경제가 어떤영향을 받을지 속단할 수 없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나오고 있다.

◆심상달 KDI 연구위원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미국경제 회복 지연과 함께 세계 교역의 위축으로 우리나라 수출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 미국이 보복에 나설 경우 경제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면서 그 충격은 더욱 커진다.

미국 주가의 약세는 우리나라 증시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러나 미 달러화의 약세는 한국에 나쁜 요인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우선 세계 투자자금이 미국 달러화에서 빠져나와 일부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가(이머징마켓)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미국 달러의 약세는 일본 엔화의 강세로 이어지는 만큼 우리나라 상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치면서 간신히 안정세를 되찾은 국내 소비자물가의 상승요인으로 작용한다.

◆정한영 한국금융연구원 경제동향팀장

이번 테러 사태는 국내 측면에서 볼 때 '쇼크' 상황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본토에 대한 공격이 이뤄졌고 테러에 대한 응징 과정에서 국지전이 발발해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쇼크'는 미국의 생산 감소와 소득.소비 감소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대미(對美) 수출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원유가격이 오르면 생산비용도 늘어 물가 상승 압력이 생긴다.

국제적으로 미국에 투자된 자금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이 생기고 미국 기업들도 보수적인 경영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기업의 보수적 경영으로 미국 경제는 '침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미국경제 침체는 아시아 및 유럽 경제의 동반 침체를 불러 일으킨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번 사태의 정확한 성격과 미국의 대응 움직임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영향을 속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유가급등.수출감소.달러약세 등으로 인해 단기적 영향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사건이 경제의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국의 대응방식에 따라서는 예상외의 파장이 일어날 수도 있다. 아무튼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센터장

미국경제는 현재 실물부문이 대단히 취약한 상태이며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주가하락과 함께 미 달러화의 강세가 약세로 반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적지 않은 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에서 이탈해 증시와 경기 침체를 장기화시킬 우려가 있다.

또 미국의 실물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소비가 위축될 우려가 있으며 이 경우 미국경기 회복속도는 더욱 느려질 수있다.

물론 이번 사태가 미국 경기의 장기추세와 펀더멘틀즈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겠지만 경기는 펀더멘틀즈에만 영향받는 것은 아니다. 향후 파장의 크기는 미국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와 향후 시장의 기대에 달려있다.

◆조홍래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국제유가가 배럴당 30달러의 높은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크며 경제성장률도 0.5%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물가는 내년 상반기까지 0.4%포인트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해외매각도 1∼2개월 지연될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시장의 경우 종합주가지수 500선 붕괴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주.해외매각 예상주.보험주 등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본다. 달러화 급락의 가능성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전주성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미국 증시를 비롯해 세계 증시가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이미 세계주가가 많이 떨어졌고 달러화도 대폭 하락했다.

앞으로 사태 진행추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미국이 강경하게 나와 세계적으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면 금융시장은 현재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금융시장은 국제분쟁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 실물시장이 당장 영향을 받지 않더라도 미국과 국내 경기회복은 지연될 것이다. 현재 경기 불황으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같은 악재가 크게반영될 것이다. 경기 상승모멘텀들이 주춤하게 되면서 경기회복 시기가 늦춰질 것이다.

◆곽상경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이번 사태로 증시와 금융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실물경제도 심리적으로 위축되며 소비와 투자 등 경제활동에 관련된 의사결정이 미뤄질 것이다.

그러나 이 영향은 최대한 수개월에 그칠 것이며 거시적으로 볼 때 수출입 활동이나 소비와 투자활동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세계경제가 장기 침체로 들어서거나 하는 상황급변은 없을 것이다.(서울=연합뉴스) 재경.증권.금융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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