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말 권유 상품 들지 말고… 인기 있다는 말 믿지 말고 … 상품 이해 못했다면 가입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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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매달 20일 이후 걸려오는 투자권유 전화는 절대 응하지 마라. 인기 금융상품이라는 말은 절대 믿지 마라. 무슨 구조인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금융상품은 절대 가입하지 마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일본 금융인들이 고령의 지인들에게 해주는 세 가지 조언이라며 소개한 내용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월말에 하는 권유는 금융회사 직원이 그달 목표를 채우기 위한 실적용일 가능성이 크다. 고객에게 돈을 벌어주는 정말 인기 많은 상품이라면 굳이 가입 권유를 할 필요가 없다. 알지 못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간 손해 보기 십상이다.

 고령자 천국 일본도 이런 조언이 필요할 만큼 고령자와 얽힌 금융분쟁이 적지 않다. 일본 금융감독 당국은 이를 줄이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나이나 투자성향에 알맞은 판매원칙을 강조했다. 2007년엔 금융상품의 구조와 위험은 물론 수수료와 각종 비용을 서류상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설명이 부실하면 판매사에 책임을 묻는다. 이런 규제에 맞춰 많은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고령자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놓고 있다.

 일본 은행은 일반적으로 고령자에 대한 펀드 판매를 엄격히 제한한다. 이범용 한국투자자보호재단 연구원은 “중소형 은행에도 75세 이상의 고객에게는 펀드를 먼저 권하면 안 된다는 내부 규정이 있다”고 말했다. 굳이 고령자가 펀드투자를 원하면 가족을 데려오게 한다. 가급적 펀드는 안 하는 게 좋다는 취지로 각종 번거로운 장치를 만든 것이다.

 노무라증권 출신으로 1년간 삼성증권 고문으로 와 있는 야마다 데쓰시(山田哲史)는 “노무라증권은 가족 정보가 없는 75세 이상 고객에 대해서는 가족계좌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고령자와의 거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사전에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무라증권은 또 고령자 거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식 관련 상품은 판매 전에 창구직원이 아닌 관리자의 추가 상담을 거치도록 하고 ▶1년 이내에 다시 면담을 하되 ▶후순위채 같은 조건부 채권 거래는 지점장 면담을 통해 “거래해도 좋다”는 승인이 나야만 가능하도록 했다.

 영국은 판매 후에도 책임을 철저히 묻는다. 올 초 HSBC는 전·현직 임원에 지급한 보너스를 환수키로 결정했다. ‘불완전 판매’에 대한 조치다. 이들은 앞서 3000여 명의 고객에게 만기 5년 이상의 장기투자상품 3억 파운드를 팔았다. 문제는 고객 평균 나이가 83세로 기대 수명이 2~3년밖에 안 남은 이들이 대상이었다는 점이다. 영국금융감독청(FSA)은 부적절한 상품 판매를 이유로 HSBC에 1050만 파운드의 벌금을 물리고 고객에게 총 2930만 파운드의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자 HSBC는 당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 보너스를 물어내도록 했다.

특별취재팀=안혜리·김수연·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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