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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윤리 강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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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상의, 경제인협회 및 무역협회 등 주요 경제단체는 기업의 사회성과 기업인의 주체의식을 강조하면서 공정한 경제활동을 다짐하는 5개 항목의 「경제윤리강령」을 제정키로 합의했으나 이를 효과적으로 시행하기 위한 실천규제와 윤리위 설치문제에 대해서는 찬·반의 견해가 엇갈려 혼선을 빚어내고 있다.
한·일 국교 정상화와 함께 우리 경제인의 대외적 자세 확립과 나아가서는 외국 자본의 침투를 자율적으로 규제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경제윤리강령은 그것이 지니는 명분 때문에 별다른 반대없이 시안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갔으나 막상 이 강령의 명실상부한 실천을 뒷받침하는「적절한 규제」방안이 제기되자 서로들 발뺌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공약」으로 내세우는 경제윤리강령은 별반 「아플것」이 못되지만 그것이 실천요강제정과 윤리위 설치로까지 번져가면「자승자박」이 된다는 점에 혼선을 빚어 내게한 원인이 있다.
경제윤리강령은 ①사회정의에 어긋난 경제 활동에서 생기는 폐단의 제거 ②기업의 합리적 운영과 경제외적 나쁜 영향의 배제 ③주체성을 저해하는 유형·무형의 외부 경제침투 경계 ④생산성 향상에의 노력 ⑤보다 좋은 제품과 공정한 거래등을 골자로 삼아 표면상 경제인의 반 윤리행위가 포괄 규제되어 이를 제대로 실천해 나간다면 경제발전의 가장 큰 악요소가 제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경제인들이 단순히「양식과 품위」(전문)만으로 강령의 준수를 공약한다면 한낱 「공약」으로 그칠 가능성이 짙다는 것은 관심 있는 사람들의 일치된 견해로 공약이 공문화 되었던 「뼈아픈 전례」를 우리는 적지 않게 밟아왔다.
윤리강령제정은 정부가 시도했던 공정거래법의 유산, 대일경협 단일기구 설치계획의 백지화란 거듭되는 진통끝에 표면화 한 것이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경제계 난맥상을 가늠할「무엇]인가가 있어야겠다는 절실한 염원을 배태하고 있으며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공약준수를 보장하는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양식있는 경제인들은 주장하고 있으며 정부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뚜렷한 실천의 보장 없이 미사여구만으로 엮은 윤리강령보다 어떻게 하면 실현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 시키느냐에 대해선 경제계에서도 아직껏 뚜렷한 복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나타난 실천 대책의 윤곽은 대체로 ①윤리강령 시행을 위한 세부적 실천요강을 별도로 제정하고 ②법조계·언론계 및 주요 경제단체 대표를 망라하는 윤리위를 설치한다는것으로 요약된다.
이 실천요강은 강령에 개괄적으로 규정된 일련의 반윤리행위를 보다 세분 나열하며 이를 어기는「행위」는 윤리위의 판단을 거쳐 적당한 방법으로 제재를 받는다.
제재는 윤리위 자체가 법적근거를 지니지 않기 때문에 신문윤리위의 경우처럼 지상에 공개, 성토하는 도의적 방법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또 실천요강 제정은 상의가 주축이 되며 윤리위도 상의산하에 설치함으로써 전체 경제인을 총망라한 법정단체로서의 상의의 위치를 이용, 집행에 철저를 기한다는 것등이다.
하지만 반윤리 행위의 명확한 개념, 윤리위원의 선출 방법 등에는 아직도 허다한 문제점이 남아 있다.
대한상의는 이미 지난 17일의 상임위원회에서 실천요강을 제정하고 윤리위를 설치키로 결의했으며 22일엔 윤리강령 기초에 참여했던 인사들을 초청, 실천요강제정 문제를 협의했으나 상의집행부에서 조차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국의원총회를 소집, 이 문제를 재차 논의할 것도 고려되고 있으며 이에 앞서 20여개 주요 경제단체 대표를 한자리에 모아 협의할 계획이다.
한편 경제계 일각에서는 후진국으로서 자칫하면 불가피하게 과오를 범할 수 있는 경제활동을 논리면에서 일일이 제재하면 기업경영에 애로가 크고 경제인 사이에 파벌을 조성하게 되며 법에 명문규정이 있는 경우에도 판결의 정확을 기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문제를 과연 누가 심판할 것이냐고 반기를 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 찬반의 계보가 명확히 선을 긋고 있지 않고 같은 경제단체안에서도 의견이 상반되고 있으며 취지 자체에는 아무도 반대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를 공개리에 추진한다면 최선의 방법은 아닐지라도「최선의 가능성」마저 배제하는 것은 아니므로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방향에서 매듭이 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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