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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280억개…‘먹거리 외교관’ 신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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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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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출시 30년을 맞는 ‘국민 라면’ 신라면이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식품 업계에서 단일 브랜드가 10조원 넘게 팔린 것은 신라면이 최초다.

지난해 국내외서 6850억 어치 판매
누적 매출 10조…단일 브랜드 최초
면발 이으면 태양까지 5회 왕복
100여개 나라에 한국의 맛 알려

 농심은 지난해 신라면 매출(해외 포함)이 6850억원으로 1986년 출시 이후 누적 매출 10조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16일 밝혔다. 신라면 하나로 기록한 누적 매출이 CJ제일제당·롯데칠성음료·농심·오뚜기·롯데제과 등 국내 5대 식품 5대 기업의 1년치 장사(11조6000억원·2014년 기준)에 육박한다.

 신라면은 장수 브랜드에 그치지 않고 국내 라면 시장을 호령해 왔다. 1991년부터 국내 라면 1위에 올라 250여개 라면이 경쟁하는 현재까지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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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신라면의 국내 매출은 약 4500억원으로 2조원 국내 라면 시장의 4분의1을 차지한다.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약 280억개로, 한 봉지에 50m가 들어있는 면을 모두 이으면 지구에서 태양까지 5번 왕복할 수 있는 길이(14억㎞)에 이른다.

 신라면은 1965년 농심을 설립한 신춘호(84) 회장이 처음부터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혁신 무기’로 개발한 제품이다. 특명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맛을 구현하라”였다. 농심 개발팀은 전국의 고추 품종들을 구해 실험했지만 ‘깊은 맛과 매운 맛이 조화를 이룬 얼큰한 맛’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고춧가루와 마늘·생각 등을 섞어 만든 ‘다대기’에서 힌트를 얻었다. 칼국수나 설렁탕·순대국 등 국물 음식에 빠지지 않는 우리나라 전통 종합 양념을 스프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당시 신라면 개발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전국 유명 음식점들을 돌며 다진 양념을 얻어 연구한 끝에 스프가 완성됐다”며 “여기에 어울릴 만한 200개 종류의 면발을 만든 뒤 하루에 라면 3봉지 씩을 먹으며 감별했다”고 회고했다.

 출시 전 시식회에서는 ‘너무 맵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이 정도로 독특한 매운 맛이라면 한국인이 매력을 느낄 수 있고 차별화가 될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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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신라면은 출시 첫해 석달 동안 30억원 어치가 팔리더니 이듬해 18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신라면은 지금도 출시 당시의 맛을 유지하고 ‘(매울) 辛’과 강렬한 빨간색 포장 디자인을 바꾸지 않았다.

 신라면은 이제 100여국에 수출하는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해외에서도 ‘한국의 맛을 그대로 심어보자’며 국내와 같은 맛을 유지했는데 이 점이 통했다.

중국 영화배우 성룡이 2013년 ‘차이니즈 조디악’ 영화 촬영장에서 신라면을 박스 채 쌓아놓고 먹는 사진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미국의 대표 가수 퍼렐 윌리엄스가 “지금 당장 먹고 싶다”며 트위터에 신라면컵 이미지를 남긴 일화도 유명하다.

 특히 알프스 최고봉인 스위스 융프라우, 중동(할랄신라면)과 이슬람 국가, 지구 최남단 칠레 푼타 아레나스 등 세계 방방 곡곡에서도 판매돼 ‘먹거리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

농심에 따르면 신 회장은 “30년 동안 우리 소비자가 사랑해 준 덕에 글로벌에서도 성공할 수 있었다”면서 “스위스 산장에서 여행객들이 요청해서 신라면이 팔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신라면 해외 매출 비중을 현재 35%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해 앞으로 코카콜라 같은 글로벌 식품 브랜드로 키워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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