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억울한 소녀를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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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경기도 오산미술관에서 열린 평화의 소녀상 전시회 개막식에서 오산지역 예술인들이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유길용 기자]

26일 오전 경기도 오산시 공설운동장 옆에 있는 오산미술관(문화공장 오산) 입구. 의자에 다소곳이 앉아 오산천을 응시하고 있는 소녀상이 한눈에 들어온다. 홑겹 한복 차림에 맨발의 소녀상을 보고 지나던 시민이 목도리를 풀어 둘러 주고 고개를 숙여 기도를 한 뒤 걸음을 옮겼다.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기 위해 조각가 김운성(48)·김서경(47) 부부가 만든 ‘평화의 소녀상’이다. 김운성씨는 “당시 일본군에 끌려갔던 할머니들은 모두 소녀였다”며 “소녀의 형상으로 당시 모습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이 오산시 나들이에 나섰다. 오산문화재단은 개관 기념으로 평화의 소녀상을 다음 달 28일까지 초청 전시한다. 소녀상은 23일 제막식과 함께 미술관 입구에 전시됐다. 제막식에서는 오산지역 예술인들이 국악과 무언극을 혼합한 퍼포먼스로 일본군 위안부의 참담함을 고발하기도 했다.

 소녀상은 세 쌍둥이로 제작됐다. 나머지 소녀상 2개는 일본대사관 앞과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에 전시돼 있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은 극우 일본인으로부터 말뚝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김씨 부부는 오산미술관 앞에 전시된 소녀상을 앞으로 국내외에서 순회 전시할 계획이다.

 소녀상 옆에는 오산지역 예술인들이 붓으로 글을 쓴 대형 현수막도 전시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과 넋을 위로하는 글이다. 오산문화재단은 소녀상 옆에 방문자가 엽서를 써서 소녀상에 바칠 수 있는 코너를 마련했다. 전시기간에 모은 엽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모임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전달키로 했다. 김운성씨는 “오산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이 위안부 문제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산=유길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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