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금융산업 기상도] 5. 서민금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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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신협.저축은행(옛 상호신용금고).대부업 등 서민금융기관들은 벌써부터 걱정이다. 늘어만 가는 누적적자와 계속 약해지고 있는 소비자금융시장 내 입지를 극복하고 살아 남아야 하는 존폐가 걸린 한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무더기 퇴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부실을 안고 있는 신협들은 올해도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 처지다.

저축은행들은 높은 연체율과 은행.대금업 사이에 낀 취약한 영업환경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부업체의 경우 오는 26일 등록마감이지만 대규모 미등록 사태가 예상되고 있어 지하로 숨어든 사채업자들의 고금리 돈놀이가 여전할 전망이다.

서민금융기관의 이런 상황은 소비자금융시장을 얼어붙게 해 서민들의 급전 조달을 더욱 어렵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신협=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신협 예금자가 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6개월 이상짜리 장기예탁금은 법시행 이전인 올 상반기 중 빠져나갈 가능성도 일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신협중앙회의 누적결손은 7천억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자산규모의 20%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신협들의 부실채권 비율은 11.9%로 은행권(2.4%)의 다섯배 수준이다.

또 자본금이 완전 잠식된 조합도 1백88개(전체의 15.2%)나 된다.

결국 중소 규모의 신협들이 자체적으로 합병, 조합 수를 줄여나가면서 부실을 털어내는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성격이 비슷한 생활금고와 통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금융연구원 김병덕 연구위원은 "구조조정이 최대 현안인 신협은 올해 단위조합 수를 파격적으로 줄이는 것 밖에는 회생의 대안이 없다"며 "신협 본래의 상부상조 기능으로 되돌아가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완전히 손을 떼 자율적 운영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지난해 6월 결산에서 1천2백여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4년 만의 흑자전환이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10%대에 머물던 소액신용대출(3백만원 이하)의 연체율이 하반기 이후 25%를 넘어서면서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은행들의 소비자금융업 진출 움직임까지 겹쳐 저축은행들은 체질개선을 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중앙회 관계자는 "은행과 사채업자들이 저축은행의 기반을 잠식하고 있어 수익원이 없어지고 있다"며 "지주회사 설립이나 코스닥 등록 등을 통해 활로를 찾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최근 동원저축은행이 동원증권.동원투신운용.동원캐피탈 등 7개 자회사를 둔 동원금융지주회사 설립을 신청, 금감위로부터 허가를 받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저축은행 중앙회는 다른 금융기관과 업무제휴를 통해 영업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LG카드와 제휴해 '금융종합 ONE카드'를 발급 중인 것이 그 예다.

◇대금업=대부업법 시행으로 10년 만의 변화를 맞고 있다. 그러나 이자제한(연리 66%)을 버티기 어렵다고 판단한 사채업자들이 등록을 포기하고 있어 등록업체 수는 전체(4만~5만개)의 2~3%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등록업체와 비등록업체간의 차별화를 시도하면서 ▶등록업체의 손비인정 범위 확대▶등록업체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 등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할 방침이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대부업법 시행으로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들의 시장 잠식이 급속히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일본계 대부업체 수는 26개에 불과하지만 대출잔액은 1조2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금감원 조성목 비제도금융조사팀장은 "일본 내 선두 대부업체인 프로미스가 국내에 진출할 경우 국내 대부업 시장은 물론 저축은행들도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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