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누가 덕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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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8.40원(-0.71%) 떨어진 1천1백78.80원으로 마감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이같은 환율하락(원화 강세)은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의 약세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일부에선 미국의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뉴욕 증시가 맥을 못추자 앞으로 달러화의 폭락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같은 환율 하락은 원재료를 수입에 많이 의존하거나 외화표시 부채가 많은 기업에 득이 되는 반면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게는 적지 않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환율 하락세 지속=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7월 한 때 1천1백60원대까지 떨어진 이후 완만한 상승세를 타다가 지난달 24일 다시 1천2백원대 이하로 떨어졌다. 이후 소폭 반등을 시도했지만 추세를 꺾지 못한 채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김병수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 달러화 약세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한 당분간 달러화 약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또 "새해 들어 순매수를 지속하던 외국인들이 9일 순매도로 전환한 것은 국내 증시에서의 수급요인보다는 미국의 경기회복과 부양책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 때문"이라며 "외국인이 다시 순매수로 전환할 경우 환율은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점진적 환율 하락이 아닌 달러화의 폭락 속에 원화 환율이 급락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증권 증권조사팀 김승식 팀장은 "달러화의 장기 추세선이 최근 완전히 꺾였다"며 "이에 따라 해외금융시장에선 1985년 선진 5개국 정상들의 플라자회담 이후 엔.달러 환율이 2백60엔에서 1백20엔으로 급락한 것과 같은 달러화 폭락사태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이 점진적으로 내릴 경우 업종에 따라 환율하락에 따른 수혜가 가능하겠지만 이처럼 달러화가 급락할 경우엔 세계금융시장 자체가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은 물론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게 김팀장의 분석이다.

◇환율하락 수혜주=대우증권은 점진적인 환율 하락을 전제로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거나 외화부채가 많은 음식료.항공.해운업종들이 수혜주로 부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입비중이 높은 기업으로는 SK.CJ.삼양제넥스.대한제분 등을,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으로는 대한항공.한국전력.호남석유 등이 수혜 기대주로 꼽혔다. 또 내수비중이 높아 환율 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 한섬.아가방 등도 수혜주로 꼽았다.

LG투자증권은 수출비중은 낮으면서 원자재 수입이 많은 INI스틸.동국제강.수출포장.아세아제지 등도 수혜주로 분류했다.

LG투자증권 이덕청 연구원은 "대한항공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체들이 환율 하락으로 인한 주가 영향이 아직은 미미한 실정이지만 하락폭이 좀 더 커지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것"이라며 "그러나 환율 하락 자체는 한국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크기 때문에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 수출 비중이 높은 전자.정보기술(IT) 업종들은 수출하락으로 인한 실적부진 때문에 환율하락의 소외주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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