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최용훈]중국 군중시위의 새로운 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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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2011년 9월 21일 중국 광동성의 작은 어촌 마을 우칸에서 발생한 시위는 이전의 중국 군중시위와는 성격이 다른 새로운 유형의 군중시위 로 평가받는다. 이 글에서 우칸사태가 어떻게 이전의 군중시위와 다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중국정부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에 대해 살펴본다.

◇사건의 전말

우칸 사건은 광둥성 산웨이시(汕尾市) 정부가 루평현 우칸촌 지역의 부동산개발을 위해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과정에서 우칸촌 주민에게는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주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AFP통신에 따르면, 지방정부 간부와 촌위(村委) 간부들이 주민 동의도 없이 10억 위안을 받고 홍콩의 한 부동산 회사에 땅을 넘기고 그 중 70%를 착복한 엄청난 부패비리를 저질렀다. 주민들에게 돌아간 보상금은 가구당 약 1000위안이었다.
우칸 마을의 주민 2만여명은 지방정부가 토지를 강제수용한다는 소식에 촌민들이 지방정부를 찾아가 소원했고, 정부가 촌민들의 토지반환을 요구를 묵살하자, 2011년 9월 21일부터 주민들의 크고 작은 시위가 끊임없이 일어났다. 12월 초 경찰에 구금중이던 촌민 대표 쉐진포의 죽음이 도화선이 되어, 12월 11일 사인 재조사 및 시신양도 등을 요구하며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이에 우칸시정부가 공안을 통해 시위를 무력진압하자 분노한 수천 명의 주민들은 죽창 등으로 무장하고 집단 투쟁에 나서 모든 정부세력을 마을에서 쫓아냈다. 이후 공안 병력은 우칸으로 향하는 도로를 모두 봉쇄하고 마을을 포위한 채 식수와 식료품 공급을 차단하고 고립작전에 나섰지만, 우칸마을은 이제 어린아이까지 시위에 참여하면서 결사투쟁의 의지를 보여왔다.
결국 광동성 부서기가 우칸마을을 찾아 촌민위원회 임시대표를 만나 부패를 저지른 당과 정부 관료들을 처벌하고 토지수용을 금지하는 요구를 모두 받아들이면서 해결됐다.
우칸사태가 중국 군중시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기존과는 다른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위의 시작

개혁개방으로 중국인의 삶의 질이 높아진 이후 중국에서 크고 작은 군중시위가 발생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돌발적인 원인에 의해 조직적이지 못한 시위가 발생하고 진압되는 형식이었다. 예를 들어 2008년 구이저우 웡안사건을 보면, 공안이 한 여중생의 성폭행 살인 사건을 은닉한 원인으로 유족들을 중심으로 일으킨 시위였다. 2009년 후베이성 스서우사건, 2011년 광동성 쪙쳥사건 역시 우발적인 사건을 계기로 소규모의 군중이 벌인 시위였다. 위의 사건들은 모두 조직적이지 못했기 때문에 정부의 협상카드와 무력진압에 쉽게 굴복하였다. 그러나 이번 우칸사태는 위의 사건들과 비교해, 준비가 철저한 체계적인 시위였다. 4개월간의 투쟁중 우칸촌의 촌민들은 13명의 “우칸촌촌민임시대표이사회”를 직접선거로 선출하여, 정부와의 협상, 임시 촌민대회의 개최, 시위의 전 과정, 촌내 치안 및 질서관리, 부상자를 위한 의료봉사 등의 중대사를 맡겼다. 또한 임시대표이사회는 매 차례 시위마다 웨이보와 국내외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시위의 전과정을 투명하게 알렸다. 우칸사태의 시위가 4개월간의 투쟁 끝에 광둥성 고위간부를 협상자리로 나오게 한 것도 주민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마을의 새 지도부를 직접 선출하고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적극적으로 시위에 참여한 결과이다.

2. 적극적인 외부세력 지원 요청

우칸사태 이전에 발생한 쩡청사건, 웡안사건, 윈난성 멍롄사건 등을 볼때, 모두 한 지역 혹은 한 도시에 국한된 시위에 불과했다. 2008년 윈난성 멍롄사건의 경우, 고무 재배농이 경제적인 손실을 이유로 고무공장회사 직원들과 충돌이 발생한 후, 경찰이 충돌진압 과정에서 두명의 농민이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었다. 당시 상대적으로 힘이 없는 재배농들은 언론이나 다른 지역의 호응과 지원을 충분히 얻을 수 없었기 때문에 공권력에 쉽게 굴복하고 말았다. 웡안사건, 쩡청사건에서도 다른 외부지원세력의 지원은 없었다. 그러나 우칸사태의 경우, 사건 발생 초기부터 국내외 많은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고, 촌민임시위원회 위원장은 적극적으로 언론을 이용하여,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해외의 반정부세력 등에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실제로 12월 11일 대규모 시위가 발생한 후 공안이 마을 전체를 봉쇄하고 보급로를 끊었지만, 외신기자들의 출입 등을 통해 식료품을 공급받았다. 또한 우칸주민들은 다른 지역의 무력시위 동참도 요청했다. 실제로 광동성 부서기가 우칸에서 협상을 벌인 전날 우칸마을과 불과 100km 떨어진 광동성 샨토우시 하이먼에서는 화력발전소 증설에 반대해 수천명의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AFP통신은 우칸 사태에 광둥성 정부의 고위 간부가 직접 협상에 나선 것은, 중국 당국이 유연한 자세를 보인 것이라기보다 “백기”를 들었다고 평가했다.

3. 우칸사태는 시민의 정치적 호소를 반영한 시위이다.

우칸사태 이전의 군중시위는 대부분 시민들의 감정적인 충동 혹은 경제적인 불만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우칸사태 발생 3개월 전의 광둥성 쩡청사건은 전형적인 감정적인 요인에서 생긴 사건이었다. 공안이 쓰촨성 호구의 임산부 좌판 판매에 대한 강제철거 과정에서 몸싸움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임산부가 부상을 입자, 당일 포함 며칠간 수천명의 시위대가 공무원을 공격하고, 파출소, 은행 등을 파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당시 시위에 참가한 사람 대부분은 임산부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었고, 지방정부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일시적인 시위였다. ‘웡안사건’ 역시 여중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폭력시위를 통해서 분통을 푼 것으로 보인다. 앞 절에서 살펴본 멍롄사건은 농민과 공장주 간의 경제적인 갈등으로 인해 발생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우칸사태의 발단은 주민들의 경제적인 손해에 대한 불만인 동시에 시위 과정에서 ‘우칸촌촌민임시위원회’라는 새로운 마을 지도부를 설립했고, “탐관오리를 타도하자”는 표어를 들고 시위를 진행했다. 주민들은 시위가 끝난 후에도 기존의 촌위 간부들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상급정부에 촌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해 새로운 촌의 지도부를 선출하기를 건의했다. 또한 상급정부에 우칸사태의 전문 조사단을 파견할 것을 요청, 부패를 저지른 3명의 간부에 중형을 선고하고, 우칸촌의 부동산개발 계약을 모두 취소했다.

지금까지 우칸사태를 통해 중국 군중시위의 새로운 경향을 알아보았다. 우칸사태는 이전 군중시위와는 달리 훨씬 조직적이고, 외부세력의 지원을 받으며, 주민들의 경제적, 정치적 호소를 반영한 시위였다. 사실 중국 군중시위의 새로운 경향이 출현한 것은 중국인의 소득수준이 높아지고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개인들이 더 많은 권익을 보호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생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근대의 시위의 역사를 보더라도, 처음에는 감정적인 충동으로 인한 시위 혹은 경제적 불만으로 인해 발생한 시위가 대부분이지만 나중에는 시민들의 정치적인 호소를 반영한 시위로 발전한다. 이러한 현상은 시위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의 사례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시위문화가 가장 발달한 미국의 최초 시위도 노동자들이 자본가에게 불만을 품고, 생산설비를 파괴하거나 경제적인 호소를 반영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시민의 정치적인 호소가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여성 권익 신장 운동은 전형적인 정치적인 호소를 반영한 시위라고 할 수 있다. 시위 선진국인 미국 군중시위의 특징은 체계적이고 조직적이다. 모든 시위는 정부의 허가를 받고, 리더들을 선출하고, 심지어 변호사를 법률고문으로 고용하여 평화적인 시위를 진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선진국도 과거에는 중국처럼 감정적인 충동으로 인한 무력시위 혹은 경제적 불만으로 인해 발생한 충돌이 많았다.

앞으로 중국에서 우칸사태와 같은 시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임은 예견되는 결과이다. 그리고 이는 곧 중국정부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또다른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우칸사태 역시 중국 사회의 발전을 보여주는 또다른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중국인들의 시민의식, 권익보호 의식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실 향후 어떤 형식의 시위가 발생하더라도, 정부가 엄격하게 법에 의거하여 일을 처리하고,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더욱 기울인다면, 극한의 상황을 사전에 미리 방지할 수 있다. 이번 우칸사태의 경우, 주민들이 몇차례 상급정부에 소원했지만, 묵살한 결과 더 큰 대가를 치루게 되었다. 앞으로 제2, 제3의 우칸사태 발생을 막기 위해서 중국정부는 더욱 민중의 입장에 서서, 공정한 법치 사회 건설과 사회적 통합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SINOPEDIA
북경대학교 정부관리학원 최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