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환 감독이 손대자 … J-리그 달구는 ‘괴물팀’ 사간 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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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꾀돌이가 괴물이 됐다. ‘오니(鬼·괴물)’라 불리는 윤정환(39) 감독이 일본 프로축구에서 기적을 쓰고 있다.

 윤 감독이 이끄는 사간 도스는 24일 열린 J-리그 33라운드 우라와 레즈와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승점 53점을 챙긴 도스는 우라와(승점 52점)를 따돌리고 3위에 올랐다. J-리그에서는 3위 팀까지 다음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윤 감독은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지만 승리했다. 우라와 같은 강팀을 이겨 기쁘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올해로 도스 생활 7년차다. 2006년 전북에서 도스로 이적하며 인연이 시작됐다. 2년간 선수 생활을 한 윤 감독은 2008년부터 코치와 감독대행을 거쳤다. 지난해부터는 정식 감독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윤 감독은 선수 시절 ‘꾀돌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재치 있는 패스 플레이를 했다. 그가 지도자로서도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아기자기한 미드필드 플레이를 즐기는 J-리그에서 도스는 한국 축구의 끈끈함까지 더했다. 윤 감독은 외국인 선수 4명 중 3명을 한국 선수로 뽑았다. 김근환(26)과 여성해(25), 김민우(20)는 팀에 한국 특유의 투지를 불어넣었다. 비시즌에는 하루에 네 번이나 훈련을 시켜 선수들에게 ‘오니’라는 별명을 얻었다. 혹독한 훈련에 불만을 갖던 선수들도 성적이 나오자 윤 감독에게 고개를 숙였다. 요시자키 에이지 일본 축구 전문기자는 “지난 시즌 2부리그에서 승격할 때는 만들어진 팀으로 1부 승격을 이뤘다는 평이 많았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윤 감독의 능력이 재평가받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형 축구는 저비용 고효율을 가능하게 했다. 도스의 예산은 1부리그 18개 팀 중 가장 적다. 지난 시즌 도스의 예산은 약 109억원. 선수단 연봉은 51억원 정도였다. 올해도 지난 시즌과 큰 변화가 없다. 한국의 웬만한 시·도민 구단보다 적은 규모다. 구단 상황도 열악했다. 전용 연습장이 없어 도스시(市) 주변의 훈련장 세 곳을 돌아다니며 훈련했다. 선수들은 창고에서 옷을 갈아입는 불편도 감수해야 했다. 성적이 좋아지자 도스시가 나서서 클럽하우스를 짓고 있다.

 윤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기 전 1부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기대와 불안 속에 시작했지만 좋은 성적을 냈다”며 “마지막 한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장식하겠다”고 말했다. 도스는 12월 1일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J-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한편 산프레체 히로시마가 24일 세레소 오사카를 4-1로 꺾고 남은 한 경기에 상관없이 챔피언을 확정했다. 히로시마가 J-리그 정상에 오른 건 처음이다.

김민규 기자

윤정환은 …

-생년월일=1973년 2월 16일

-현역 포지션=미드필더

-별명=꾀돌이·제리

-K-리그 통산기록=203경기·20골·44도움

-J-리그 통산기록=148경기·12골

-A매치 통산기록=38경기·3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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