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실크로드' 구상의 주역 아오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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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e-실크로드 구상의 기틀을 마련한 주역 가운데 한사람인 아오키 요시나오(靑木由直.60) 홋카이도(北海道) 대학 교수(정보 미디어 공학)와 가진 인터뷰 내용.

아오키 교수는 언뜻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이 구상에 대해 세계 정보기술(IT)혁명의 중심에는 아시아인들의 두뇌가 자리하고 있으며 21세기 IT는 아시아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말로 풀어나갔다.

아오키 교수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개인용 컴퓨터를 만든 IT 학계의 권위자로, NTT 그룹의 주요 간부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제자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 e-실크로드 구상이 너무 추상적인데

    ▲실크로드는 말 그대로 옛날 아시아의 무역을 견인했던 실크로드를 뜻한다. `www''로 대표되는 현재의 인터넷과 네트워크 발전은 `거미줄''에 비유될 수 있다. 거미줄에 접착력이 있어 세계로 인터넷이 확대는 돼 왔으나 그러한 단순한 연결만으로는이제 한계가 있다.

    이에 비해 실크로드(비단)는 명주실로 촘촘히 짠 `강인한'' 옷이다. 이 비단에는 각국의 문화, 역사, 전통이 깃들어 있다. 21세기의 IT네트워크는 거미줄이 아니라 이같은 비단으로 엮어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브로드밴드(고속 대용량)에서 앞서 있듯이,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각국의 장점을 결합시키고 문화, 전통, 역사를 살린 독특한 IT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 지금은 세계적인 IT 불황이라고 하는데

    ▲현재의 IT 불황은 한마디로 컴퓨터, 휴대전화 등 `제조'' 분야의 재고가 넘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다.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기술 등은 불황이 아니다. 컴퓨터는 한대 구입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쓰는 방법은 그렇지 않다.

    이는 책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책의 `콘텐츠''가 새롭고 재미있으면 계속 사는 것 아닌가. 문제는 그러한 콘텐츠를 개발하는인재, 특히 젊은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 앞으로의 IT 전망은

    ▲IT는 결국 `사용'' 인구의 문제다.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인구는 압도적이다. 아시아는 미국에 비해 역사, 문화도 길다. 그런 점에서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다.

    지금은 미국이 IT를 선도하고 있지만 그 두뇌들은 아시아계들이다. 이런 두뇌들이 활약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실크로드는 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 NTT 등 일본의 대기업들이 의외로 e-실크로드 구상에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잇는 것 같은데

    ▲이 구상은 민간기업이 주축이 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일본의 대기업들이 이번 e-실크로드 컨벤션에도 많은 협찬금을 지원했다. 이들 기업도 앞으로는 아시아시대라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과제는

    ▲인재, 자금, 정보를 어떻게 하면 원활하게 결합시키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또하나는 아시아 IT 네트워크 구축에 언어가 장벽이다. 영어라면 간단할 수도 있으나 아시아권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컴퓨터 상에서 그래픽 같은 그림을 통해 의사를 소통할 수있는 공통 언어의 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청각 장애자들을 위한 수화처럼, 현재 우리 연구소가 중심이 돼 연구중인 `화신화(化身話)''같은 공통 언어가 개발되면 언어가 다르더라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최근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바타가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삿포로=연합뉴스) 김용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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