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성현 8일부터 초대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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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정신은 예술가 누구에게든 권장되어야할 덕목이다. 8~17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상에서 열리는 이성현(41) 초대전은 현대 한국화 실험에서 유망한 사례를 보여준다.

동양화가인 그는 동양화에서 강조되는 핵심 원칙을 무시했다. 강한 필선도, 깊게 퍼져나가는 발묵(潑墨) 효과도, 시원한 여백도 없다.

대신에 그는 풍부한 농담의 변화만을 이용해 나름의 조화와 완결성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출품작 20점은 모두 1백호가 넘는 대작으로 솜털처럼 부드러운 눈발이 내리고 있는 산자락과 들판을 담고있다.

지난해 발표한 작품들에 비해 필선이 더욱 잦아들어 전체적으로 농담의 변화를 작은 점과 얇은 선의 중첩으로 나타냈다.

그 실험은 일단 성공적이다. 농담의 변화를 위주로 한 풍경화들은 포근하고도 깊이있는 서정을 가슴깊이 전달하고 있다.

홍익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99년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그의 개인전은 이번으로 7번째다.

경력이 말하듯 동양화의 전통적 화론은 그의 뼈대다. 하지만 그는 여백의 미, 표현의 생략과 절제를 통한 여운, 강한 필선의 맛 등 동양화가 지켜온 원칙들에 대해 하나하나 반성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예컨대 육법(六法) 의 대표적 원칙 으로 꼽히는 골법용필(骨法用筆) 을 보자. 이 말은 그림의 중심이 되는 구조가 강한 선을 통해 표현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돼왔다. 하지만 작가는 그 지평을 넓히려 하고 있다.

"골(骨) 은 반드시 선(線) 으로만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보다는 화면을 지지해주는 모든 방식으로 확대해석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선은 선다워지며, 아울러 선이 전혀 없는 동양화도 무리없이 발전할 수 있다" 고 설파한다.

02-730-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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