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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만여 명 다녀간 이 달동네, 내년부터 화가촌 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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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울산 남구 장생포항 인근 야음동 신화마을은 1982년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인구가 줄고 슬럼화했으나 남구가 2년 전부터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게 해 명소가 됐다. [울산 남구]

울산시 남구 야음동 언덕에 자리해 장생포항이 내려다보이는 신화마을(면적 4만㎡)은 울산의 대표적인 달동네다. 1960년대 울산공업단지가 매암동에 조성되면서 철거민 300여 명이 정착한 곳이다. 80년대 초만 해도 마을주민은 1800여 명이나 됐다. 하지만 82년 주 수입원인 고래잡이가 금지되면서 인구가 줄고 슬럼화했다. 지금은 699명만 남아 수십여 채가 비어있다. 주민들은 대부분 여든이 넘었다.

 22일 찾은 신화마을은 슬레이트와 시멘트 블록으로 지은 낡은 집 150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집 면적은 50여㎡도 채 안 돼 보인다. 너비 2m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마을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다. 일부 화장실은 아직도 ‘푸세식’이다. 2011년 9월 개봉한 김영로 감독의 ‘고래를 찾는 자전거’ 배경이 이 마을이다

 하지만 이곳이 몰라보게 달라지고 있다. 마을 곳곳엔 벽화와 이색 조형물이 설치되고 있다. 사진기를 든 관광객도 눈에 띈다. 관광객 박정아(30·여)씨는 “마치 달동네와 예술이 공존하는 영화 세트장 같다”고 말했다.

 마을의 변화는 2010년 9월 시작됐다. 울산시 남구는 이 마을을 관광지로 살리기로 하고 18억원을 들여 2012년까지 예술인이 활동하는 예술촌으로 조성 중이다. 우선 울산공공미술연구소 소속 10여 명의 화가를 불러 동네 담벼락을 캔버스 삼아 그림을 그리게 했다. 그림은 동화의 골목 등 10개 테마별로 다양하다. 골목 어귀엔 고양이, 창 밖을 내다보는 개 등 익살스러운 조형물을 설치했다. 낡은 마을회관은 예술품 전시관으로 꾸몄다.

 그러자 올 들어 국내외 관광객 5만6000여 명이 마을을 찾았다. 남구는 현재 빈집을 예술인 작업장으로 빌려주고 있다. 5억원을 들여 2층짜리 예술인을 위한 공동작업장도 짓고 있다. 김용성(42) 남구 문화체육과 주무관은 “내년 봄 이곳에 예술인이 본격 입주하면 신화마을은 예술촌으로 탈바꿈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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