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한국 경기 지휘? 현정화의 스마트 리더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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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현정화 감독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옛말이 있다. 한국마사회 탁구단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미국 연수 중인 현정화(43) 감독이 그림자처럼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어서다.

 한국마사회는 21일 열린 탁구최강전 결승에서 대한항공을 3-0으로 꺾고 종합전적 2승1패로 우승했다. 마사회가 국가대표급 멤버로 구성된 대한항공을 이긴 건 처음이다. 모든 선수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 박상준(38) 코치는 하루 3~4알 아스피린을 복용하며 부담감을 이겨냈다. 이들은 “현 감독님의 리더십과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현 감독은 런던 올림픽 직후 미국 연수를 떠났다. 하지만 선수단과 SNS와 문자 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기술적 지도를 할 순 없지만 컨디션을 묻고 출전 명단 작성도 도왔다.

 지난 5년간 마사회를 이끈 현 감독은 선수들의 정신적 지주다. 박 코치는 “감독님이 선수단 분위기가 해이해지지 않도록 긴장감과 집중력을 불어넣어 준다”며 든든해했다. 현 감독이 보낸 응원 메시지를 경기 시작 전 선수들에게 보여주기도 했다.

 박영숙(24)은 “감독님이 안 계셔서 우리가 못할 거라는 얘기가 들려 더 이를 악물었다. 감독님이 우승 뒤 ‘자랑스럽다’고 해주셨다”며 뿌듯해했다. 서효원(25)도 “대회 전 선수들끼리 ‘우승하고 감독님 보러 미국으로 가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를 전혀 몰랐던 현 감독은 우승 뒤 박 코치에게 “우승 상금(2000만원)으로 미국에 놀러 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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