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상공 '첩보위성 경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대만해협의 수백㎞ 상공에는 초정밀 카메라를장착한 미국의 첩보위성들이 중국 푸젠(福建)성의 미사일 기지를 감시하고 있다.

''새(birds)''로 불리는 이 위성들의 임무는 대만을 겨냥한 300여기 미사일들이배치된 기지의 이동, 발사 준비 움직임, 인민해방군 전력 강화 상황 등을 간파, 고해상도로 찍힌 사진 자료들을 전송하는 것이다.

얼마 전만 해도 이러한 첩보위성을 운용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과 러시아 외에프랑스와 이스라엘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과 대만, 일본까지 자체 제작한 군사위성들을 발사하는가 하면첨단기술을 이용한 상업위성들이 군사 관련 사진 및 이미지를 전송, 동아시아 상공에서 ''우주 경쟁''이 본격적으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가열 양상을 띠게 될 동아시아의 ''우주 경쟁''이 역내 평화와안정을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면 이러한 경쟁을 ''긍정적''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고해상도 사진을 제공하는 첩보위성들이 엄중한 감시활동에 나서면 투명성 증대 효과도 있어 역내 경쟁국들 사이에 신뢰구축 조치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중국은 쓰촨(四川)성의 위성 센터에서 광학 이미지의 정찰 위성을 쏘아 올리려노력해왔으며 이는 대만과의 정보전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최근 미 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중국이 지난해 9월 발사한 상업위성이 사실은 첩보 활동을 목적으로 쏘아온 첨단 위성이라고 보도했다. 이신문은 ''지엔 빙 3호''라는 이름을 달았으나 실제 명칭이 ''즈위앤 2호''로 판명된 이위성이 지상센터에 사진과 이미지 등을 전송할 수 있다고 전했다.

대만의 우스원 국방부장도 중국위성 발사 후 ''군사적 목적 전용'' 가능성을 경고했으나 중국 신화통신은 "이 위성은 정찰위성이 아니며 원격조종 센서를 이용한 측량, 도시계획, 식량산출 측정, 우주과학 실험 등이 주 임무"라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전자광학 이미지를 전송해주는 중국 위성이 과거 2주간 우주에 머물며 필름을 이용해 사진을 찍었으나 카메라 장착이 불가능했던 일반위성들에 비해 기능이 크게 향상된 첨단 제품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이런 유추가 사실이라면 중국은역내 미군들의 동향까지도 위성으로 감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군사 전문지 ''제인스 스페이스 디렉토리''의 데이비드 베이커 편집장은 미 정보당국이 중국 등 기타 국가들의 위성 송신 자료들을 가로채 분석할 경우 상업 및 군사 목적 등 위성들의 ''2중 임무'' 수행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커 편집장은 중국이 미국과 러시아, 유럽연합(EU), 캐나다, 일본 등으로 구성된 국제 우주정거장 프로그램 참여를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중 미 대사관 공군무관을 지낸 마크 스토크 소령은 중국이 90년 이후 인근 해역의 잠수함 및 선박, 대규모 지상군 등의 활동을 감시하고 주요 군사시설의 용도등을 알아낼 수 있는 위성 개발에 치중해 왔다고 주장했다.

대만도 오는 2005년까지 자체 제작한 ROC(중화민국) SAT-3호를 발사할 예정이며전문가들은 과학탐사 위성으로 알려진 이 위성이 군사 용도를 지녔을 가능성도 있을것으로 보고 있다.

대만의 위성발사 계획은 기술 제공국인 독일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압력으로 지연돼 왔다. 중국은 현재 2003년 발사 목표로 프랑스에서 제작중인 대만의 두 번째위성(ROC SAT-2) 제작사인 독일기업에 제작승인을 거부하도록 독일에 압력을 넣어왔다. 홍콩=연합뉴스) 홍덕화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