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하이힐 맘껏 신을 수 있어 좋아요"

중앙일보

입력

"이제야 마음놓고 하이힐을 신을 수 있게 됐어요. "

자신보다 키가 작은 톰 크루즈와 3주 전 10년 간의 부부관계를 끝낸 호주 출신 여배우 니콜 키드먼(34) 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이번 영화제에서 경쟁부문 출품작인 '타인들' (The others) 로 단연 화제를 모았다. 난치병에 걸린 두 자녀와 영국의 한 섬에서 외롭게 사는 전쟁 미망인의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공포) 물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의 입장권은 상영관마다 매진되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빨간 머리를 금발로 바꾼 키드먼은 베이지색 투피스 차림으로 1일 오후(현지시간) 카지노센터 내의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가 센터 뒷편의 물길을 따라 황금색으로 장식한 소형 보트를 타고 나타나자 기자 5백여명이 몰려들어 치열한 취재경쟁을 벌였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투 다이 포' (1995년) 로 스타 덤에 오른 키드먼은 2년전 베니스 영화제 개막작이자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인 '아이즈 와이드 셧' 으로 베니스를 찾은 적이 있다. 물론 톰 크루즈와 함께였다.

" '아이즈 와이드 셧' 은 큐브릭 감독이 결혼과 불륜에 대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담은 영화죠. 큐브릭이 너무 큰 존재여서 부담이 컸지만 지금은 마음이 훨씬 가벼운데요. 하지만 큐브릭 생각에 좀 슬프기도 해요. "

키드먼은 크루즈과의 관계 청산에 대한 질문에 "가볍고 슬프다" 고만 대답했다.

그는 "큐브릭의 '샤이닝' 같은 스릴러물을 꼭 해보고 싶었다" 며 "배우를 이해하는 아메나바르와 함께 일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 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피아노' 를 연출한 호주 감독 제인 캠피온과 '어둠 속의 댄서' 의 덴마크 감독 라스 폰 트리에와 작품을 찍기로 했다. 곧 입센이나 체홉의 연극으로 영국 무대에 설 것이라고 했다.

키드먼이 "체홉의 작품을 읽고 싶다" 고 하자 한 러시아 기자가 "어떤 작품을 읽을 것 같으냐" 고 물었다. 이에 당황한 키드먼은 "이번엔 키 큰 남자가 나오는 희곡이 좋을 것 같은데요" 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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