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금리 vs 잔액금리 … 코픽스라고 다 같은줄 알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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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픽스 연동대출을 받고자 하는 경우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잔액기준 상품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후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포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채 등 시장금리와 예금금리 동반 하락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2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로 이용되는 코픽스가 10월 연 3.08%로 9월 보다 0.10%포인트 내렸다. 2010년 10월(3.01%) 이후 2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잔액기준 코픽스도 신규 코픽스와 시장금리 하락 추세가 반영되면서 전월보다 0.08%포인트 낮아진 3.64%를 기록했다. 코픽스가 도입된 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그런데 같은 코픽스라도 온도차이가 있다. 코픽스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와 잔액기준 코픽스 두 종류가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은행들의 월중 신규로 조달한 지수산출대상 자금에 적용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지수고 잔액기준은 은행들의 월말 지수산출 대상 자금조달 잔액에 적용된 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지수다. 문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혜택 반영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금리 차이가 난다.

 9월 기준 코픽스 금리를 살펴보자. 신규취급액 기준은 전월과 동일한 3.18%다. 반면 잔액기준은 전월보다 0.2%포인트 떨어졌음에도 3.72%다.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 기준의 차이가 0.54%포인트나 난다. 지난 1월에는 0.19% 차이였는데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국민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도 최저 3.73%~5.14% 수준이다. 이에 반해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최저 4.07%~5.58%다.

 신규취급액기준은 잔액기준보다 시장금리의 변동이 신속히 반영되어 하락폭이 크다. 반면에 잔액기준은 과거 취급한 고금리 예금 등의 영향으로 신규기준에 비해 하락폭이 적은 것이다. 즉 잔액기준이 시장금리에 비해 변동 폭이 작고 시장금리 변동이 서서히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 지금처럼 금리하락기에는 신규취급액 기준이 유리하다. 그러나 주택담보대출처럼 장기 상환 대출일 경우에는 금리변동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잔액기준 코픽스가 유리하다고 한다. 시장금리 변동영향이 적어 지금처럼 금리 인하기에는 손해를 보지만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는 유리하다는 논리다. 이론적으론 맞지만 현실에서도 정말 그럴까.

 2010년 1월 잔액기준 코픽스는 4.11%,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3.88%로 시작했다. 그 후 지난 3년 동안 단 한번도 잔액기준 코픽스가 신규취급액보다 금리 낮은 적이 없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시기는 물론 인상되는 시기에도 잔액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자들이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자에 비해 이자를 더 냈다.

 ◆헷갈리는 고정금리 vs 변동 금리=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는 신규 대출 고객들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고정금리 대출과 변동금리 대출 상품 중 무엇을 택해야 할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변동금리 대출자의 경우 이자부담을 덜 수 있게 된 반면, 고정금리 대출자들은 금리 인하 혜택을 누리기 어려워서다. 올해 초 2억 원의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김 씨(45)의 경우를 살펴보자 김 씨가 받은 대출 금리는 4.7%다. 변동금리의 경우 최근 3%대 후반까지 하락한 것을 생각하면 억울하다. 최저이율로 따져보면 고정금리와 변동금리의 이자가 연간 60~70만 원가량 차이가 난다. 김 씨 같은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2억 원이라는 큰 돈의 대출이자 차이를 생각하면 몇 푼 안되는 돈을 0.1%라도 높은 금리를 찾는 자신의 모습이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 때문이다.

 ◆현실은 고정금리 대세=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에서 신규 가계대출을 받는 사람 두 명 중 한 명은 고정금리 상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가계대출 신규취급액 기준 고정금리 비중이 처음으로 47.30%를 기록했으며, 잔액기준으로도 16.7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10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특히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고정금리 비중은 2010년 9월 11%에서 지난해 9월 26.20%, 올해 9월 47.30%로 약 2배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갈아타기 할까=전문가들은 고정금리 대출에서 변동금리 대출로 갈아타기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한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정금리대출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라는 것.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고정금리 대출자의 불만을 고려해 앞으로 추가적인 혜택을 기대한다”면서 “고정금리대출은 매달 내야 할 비용이 정해져 있는 만큼 계획적인 지출이 가능한 장점도 있어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갈아탈 경우 중도상환수수료가 발생해 당장 내야 할 비용이 올라가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코픽스대출 줄어=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대출’의 비중이 10%대로 떨어졌다. 18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9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대출 비중은 전체의 19.5%를 기록해 20% 이하로 떨어졌다. 19.5%는 은행들이 코픽스 연동 상품을 팔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픽스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은행권의 코픽스 연동대출은 처음 1~2개월간은 비중이 적었지만 2010년 3월부터는 22.4%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63.7%를 기록해 은행에서 체결되는 대출 10건 중 6건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올 들어 정부가 가계부채 위험 해소를 위해 고정금리 대출 확대를 은행권에 강하게 요구하고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코픽스 연동대출 비중이 30%대로 떨어졌다. 지난 1월 39.4%에서 6월에는 26.5%, 현재 19.6%까지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고정금리 대출은 1월 28.0%에서 6월 4.16%, 9월에는 47.3%까지 높아져 대출 시장의 절반에 육박한 상황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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