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유력한 아베 막가는 극우 공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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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아베

다음달 16일 총선에서 ‘차기 총리’를 예약해 둔 아베 신조(安倍晋三) 자민당 총재의 ‘정권 공약’이 21일 발표됐다. 내용을 보면 한마디로 ‘끔찍한 보수’다. 외교가에선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민당이 이날 발표한 ‘일본을 되찾는다’라는 제목의 정권 공약집을 보면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내용이 눈에 띈다. 한국이 국가책임과 배상을 요구하고 있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적확(的確)한 반론과 반증을 하겠다”고 못 박았다.

한국에 결코 이 문제를 양보하지 않겠다는 정도를 넘어서 “(위안부 연행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논리를 국제사회에 적극 설파하겠다는 뜻이다.

 자민당은 또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시마네(島根)현 차원의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명)의 날’ 행사를 ‘정부 행사’로 승격하기로 했다. 일본의 우익 세력들이 갈망해 온 대목이다. 아베는 또 독도·센카쿠(尖角·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영토 문제와 관련, 역사적·학술적 조사연구를 수행할 별도의 전담기구를 설치키로 했다. 국제사법재판소(ICJ)나 국제해양재판소에 제소할 것에 대비한 논리적 근거를 체계적으로 갖춰놓겠다는 것이다. 또 일본이 실효지배하고 있는 센카쿠에는 아예 “공무원을 상주시키고 (접안시설 설치 등) 주변 어업환경 정비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를 강행할 경우 중국과의 정면 충돌까지 예상된다.

 이 밖에 “개헌 발의 요건을 현재의 ‘재적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에서 ‘2분의 1’로 완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어떻게든 평화헌법을 뜯어고쳐 군사대국으로 무장하겠다는 게 아베의 신념이다. 이를 위해 자위대의 인원·장비·예산을 확충하고 해상보안청을 강화한다는 대목도 공약에 넣었다. 이 같은 일본의 군사력 확충은 아시아 지역의 패권과 해양 군사력 강화를 추진하는 중국을 자극, 군비 경쟁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 아베는 동맹국이 공격받을 경우 타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도 공약에 삽입했다.

 ‘우경화’는 교육 분야에서도 두드러졌다. 아베는 공약에서 “자학(自虐)사관에 편향된 교육을 시키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교과서 검정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 ‘근린제국 조항’도 수정키로 했다. 근린제국 조항이란 ‘인접 아시아 국가와의 사이에 일어난 근·현대의 역사적 사실을 다룰 때 국제이해와 국제협조의 관점에서 필요한 배려를 한다’는 조항이다. 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앞으로 침략의 역사를 부인하고 정당화하는 관점에서 교과서를 검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아베는 또 경제공약으로 “현재 1%인 인플레이션(물가) 목표를 2%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이 협정을 맺어 대담한 금융완화를 실시한다”고 다짐했다.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가 20일 기자회견에서 “(아베의 구상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재정 재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반발했지만, 아베는 21일 “내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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