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옌둥·왕양 표 많이 얻고도 탈락 … 중 상무위원 선출 ‘밀실 담합’ 여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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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왼쪽부터 왕양, 리위안차오, 류옌둥.

당내 민주화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중국 공산당의 18차 당대회가 이전과 다를 바 없는 밀실 협상의 결과물이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홍콩 빈과일보 등은 지난 8~14일 당대회 기간 중 당 대표들이 뽑은 18기 중앙위원 선거 결과가 정치국 상무위원 인선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한 류옌둥(劉延東) 국무위원과 왕양(汪洋) 광둥성 서기는 2306명의 선거인단으로부터 각각 2301표와 2300표(복수 투표)를 받았다. 하지만 2294표를 얻은 류윈산(劉雲山)이 상무위원에 올랐다. 왕치산(王岐山) 상무위원도 류·왕보다 적은 2299표를 받았다 .

 대회를 앞두고 이번엔 중앙위원뿐 아니라 정치국원과 상무위원까지 대표들의 투표 결과가 반영될 것이란 예측이 나왔었다.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부패 스캔들을 비롯, 당 지도부의 축재 의혹이 불거지며 정치개혁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핵심 지도부 구성에서 당 대표들의 의사 반영은 여전히 제한된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곳의 당내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당 원로들이 막판 비공식 투표를 통해 개혁파 후보 2명을 상무위에서 탈락시켰다”고 21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임 정치국원 24명과 10여 명의 당 원로들은 올해 수개월 동안 베이징 징시(京西) 호텔 등 모처에서 상무위원 인선을 놓고 10여 차례의 토의와 2번의 투표를 실시했다.

 원로들의 주 공격 대상은 개혁파인 왕양과 리위안차오(李源潮) 전 중앙조직부장이었다. 왕양을 배제하는 데 쓰인 구실은 보시라이의 낙마였다. 보의 마오쩌둥(毛澤東)주의 노선을 지지했던 당·정·군 내 좌파 세력들이 보의 라이벌인 왕양의 상무위 진출에 격하게 반발할 것이란 주장이 힘을 얻었다. 리위안차오는 5월 치른 첫 투표 땐 상무위 진입으로 결정됐지만 대회 직전인 10월 말 재투표에서 결과가 뒤집혔다.

리위안차오는 당내 인사를 총괄하는 조직부장으로 있으며 자신이 속한 공청단(共靑團)파 인사들을 중용한 반면 원로들의 인사 추천은 외면해 미운털이 박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류옌둥도 여성이란 이유로 배제됐다.

 로이터는 “지도부 교체는 결국 원로들이 자신의 영향력과 가족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벌인 협상의 결과물이었지만 겉으론 당 대표들의 선택의 결과로 치장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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