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파일] 스크린과 TV '상생의 악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6면

다음달 2일 TV와 극장가에는 미완의 실험이 시작된다. '슈팅 라이크 베컴'으로 유명한 인도 출신 여성감독 거린더 차다의 '신부와 편견'이 서울 단성사와 KBS2 토요명화(밤 10시5분)에서 같은 날 개봉(방영)하는 것. 특정 영화가 브라운관.스크린에서 동시 선보이는 건 세계 초유의 일이다. '신부와 편견' 외에도 최근작 다섯 편이 5주 연속 개봉(방영)된다.

예컨대 다음달 찾아오는 '퍼펙트 크라임'은 스페인 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 감독이 지난해 연출한 블랙코미디. 반면 지난주 일반 개봉된 같은 감독의 '800 블렛'은 2002년 작이다. 그만큼 개봉 시차가 줄어든 셈이다.

'신부와 편견' 또한 지난해 영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화제작이다. 18세기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각색하고, 인도 고유의 흥겨운 노래와 춤을 결합한 뮤지컬 로맨틱 코미디다. 미스 월드 출신으로 줄리아 로버츠가 '세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칭찬했던 인도 배우 아이쉬와라 라이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다.

'충무로+여의도=?'의 결합은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산물이다. 인터넷.위성방송.휴대전화.디지털미디어방송(DMB) 등 콘텐트 확보가 과제인 양측의 전략적 제휴로 보인다. 일례로 KBS는 '신부와 편견' 등의 휴대전화 서비스도 곧 개시할 계획이다.

또 방송사들은 디지털 저예산 영화 제작에도 눈을 돌리고 있다. KBS가 영화진흥위와 함께 저예산 고화질(HD) 영화 다섯 편 제작에 이미 착수했고, MBC도 영화사 싸이더스와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악수를 한 TV와 스크린이 '윈윈'에 안착할지 기대된다.

같은 영화를 반복해 틀어주는 방송사가 콘텐트를 살찌우고 투자사 찾기에 분주한 영화사가 한숨을 돌리는, 그런 상생이 가능할지….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지는 건 반가운 일이다.

박정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