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亂개발 걱정되는 그린벨트 해제

중앙일보

입력

그린벨트가 지정된 지 30년 만에 대대적으로 해제된다.

정부는 서울.부산 등 7대 광역도시권의 그린벨트를 대폭 푸는 그린벨트 해제기준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추진돼온 제주.춘천 등 7개 중소도시의 전면 해제조치 등을 포함하면 모두 4억3천여만평, 서울의 두배 면적을 넘는 전체 그린벨트 중 27%가 해제되는 것이다.

우리는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주민의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그린벨트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보며 이에 이론을 제기하지는 않는다.

이번 조치가 재산권 보호에 중점을 둔 결과 그린벨트를 싸고 돌던 민원은 상당히 해소되게 됐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1998년 헌법재판소가 그린벨트 제도가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들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려 어떤 형태로든 손질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린벨트를 둘러싼 끊임없는 훼손과 논란 등 그동안의 정책의 시행착오 과정을 되돌아보면 걱정을 감출 수 없는 게 사실이다. 해제된 지역은 과연 합리적으로 조정됐는지, 향후 지자체가 맡게 될 해제와 관리는 잘 될 것인지, 남은 그린벨트는 온전히 지켜질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향후의 국토개발은 친환경적이어야 한다는 면에서 이번 해제의 결과가 미칠 환경 후퇴 현상이다. 이에 대해선 환경단체에서 녹지공간의 축소와 함께 원래 해제방침이 정해질 때 제시된 기준보다 더 완화됐다며 반발을 보이고 있다.

지역별 해제의 기준도 문제여서 이번 7대 광역도시의 환경평가 결과 4, 5등급지의 비율이 0.03%에서 최고 27.5%까지 차이가 났다. 그러자 건설교통부는 형평성을 꾀한다며 시.군별로 해제 가능지역을 6~13%로 정했다.

결국 지역별로 4, 5등급지가 적은 곳은 상대적으로 보존상태가 좋은 곳까지 해제대상이 돼버린 것이다.

'선(先)계획 후(後)개발' 원칙에 따라 진행될 도시계획도 보다 엄격히 해야 할 대목이다. 현실적으론 계획수립과 해제절차를 지방에 위임할 수밖에 없으나 지자체 입장에선 주민들의 민원을 뿌리치기 힘들고 개발로 기울기 쉽기 때문이다.

땅투기는 물론 마구잡이 개발도 걱정거리로서 정부는 해제지역의 상당부분을 녹지지역으로 묶겠다고 하나 무분별한 개발을 막을 수 없다면 그린벨트 해제의 의미를 상실케 되는 셈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선거 때마다 단골메뉴였음은 물론 DJ정부의 공약사항이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공약의 이행이 아니라 그린벨트의 조화된 관리와 이용이다. 향후 당정협의나 지역별 공청회에서 여전히 남은 문제들이 최소화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으로 선거공약을 부랴부랴 풀었다는 비판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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