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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의 힘 … 남중국해 문제 아세안 개입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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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중국이 영토 문제를 둘러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의 합종(合從)에 연횡(連衡) 전략을 구사하며 아세안의 연합전선을 무산시켰다.

 신화통신과 로이터 등 외신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당사국 간 ‘행동수칙(COC)’을 제정해 영유권 분쟁 사태를 해결하려던 아세안의 계획이 회원국 간 이견으로 사실상 무산됐다고 20일 보도했다.

앞서 아세안 정상들은 18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연례 정상회의를 갖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COC 제정을 위해 중국과 아세안 간 고위급회담을 열어야 한다며 중국을 압박했다. 아세안 10개국이 연합해 거대 중국과 대응하자는 합종책이었다. 미국과 일본도 끌어들였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20일 프놈펜에서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만나 남중국해 분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중국에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도 19일 아세안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유권 분쟁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전에 직접 영향을 미칠 ‘국제사회 공동의 우려 사항’이라며 중국을 간접 비난했다.

 아세안의 파상공세에 중국은 아세안을 각개 격파하는 연횡책으로 맞섰다. 원 총리는 18일 “2002년 당시 아세안과 중국이 체결한 ‘남중국해 국가 선언’에 분쟁 타결을 위한 협상 자격을 ‘직접 당사국’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아세안 차원의 집단대응을 경계했다.

이어 그는 아세안 의장국인 캄보디아 훈센 총리를 만나 “(훈센 총리 취임 이후) 양국 관계가 선린우호의 모범”이라며 그를 치켜세웠다. 그는 또 “양국 경제협력 강화는 물론 향후 캄보디아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원 총리는 또 인도네시아의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을 만나 경제협력 확대와 강화에 합의했다.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와는 “양국이 처음으로 공동 조성한 중국의 친저우(欽州) 산업단지, 말레이시아의 콴탄 산업단지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경제협력 5개년 청사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들 정상과의 회담에서 남중국해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중국 외교부도 “아세안 정상회의의 초점은 영토 문제가 아닌 경제협력”이라며 원 총리를 거들었다.

 결과는 곧바로 나타났다. 훈센 총리는 20일 “아세안에서 영토 문제의 국제화를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회원국 개별로 중국과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다. 이에 중국과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필리핀과 베트남이 반발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 회원국들 간에 그런 합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며 캄보디아를 비난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다양한 견해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나왔다”며 “이를 아세안 회원국들의 합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세안이 자중지란(自中之亂)을 일으킨 것이다.

◆합종연횡(合從連衡)=합종은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에 대응하기 위해 연(燕) 등 6개국이 종적으로 연합한 외교전략으로 소진(蘇秦)이 제시했다. 이에 진은 장의(張儀)가 제시한 6개국과 개별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횡적 연합, 즉 연횡책을 구사해 합종책을 무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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