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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치] 지속적으로 야생적 신체를 유지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온고지신이라. 옛 것이 현대적인 것보다 좋을 때는 항상 언제나 많다. 나는 그런 관점에서 현대인은 좀더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얼마 전 6세 여아의 어머니는 진료실에서 굵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피검사결과에서 당뇨의 전단계인 고인슐린혈증과 고지혈증이 나왔기 때문이다. 천진한 6세 여자아이의 모습이 너무 앳되고 귀여웠지만, 아이의 몸속에는 어른들에도 발견하게 되면 무척이나 낙담할 좋지 않은 질병의 씨앗이 2개나 자라고 있었다.

아이의 생활습관 분석결과, 인스턴트음식에 대한 탐닉과 극도로 몸을 쓰기 싫어하는 정체된 활동습관이 발견되었다. 아이는 짧은 거리도 자가용 타기를 당연시하였으며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있으면 어김없이 에스컬레이터를 선택하였다. 비만을 걱정하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줄 없는 줄넘기를 할라치면 몇 분도 못 채우고 숨을 헐떡거리며 고통을 호소하기 십상이었다.

'내몸관성법칙'이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의 소아비만의 가장 큰 이유이자 현상중의 하나가 안 움직이는 쪽으로 작용하는 부정적 내몸관성의 법칙이다. ‘내몸관성법칙’이란 움직이는 몸은 계속 움직이기를 선호하고 움직이지 않는 몸은 제자리에서 먹고 보고 머물러있기를 원한다는 내몸 활동성의 법칙이다.

나는 부정적 내몸관성법칙을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을 자연과의 격리라고 본다. 현대문명화는 현대인의 몸에 난초병, 민감한 성격과 함께 몸안쓰기를 구조화시켰다. 눈앞에 몸의 만족에 아부하는 문명의 이기가 늘어나고 있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자동차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이기들은 결국 내몸의 급격한 퇴화를 가져온다. 지하철에서 계단을 걷는 사람은 소수이고 대부분이 에스컬레이터에 편안하게 몸을 의탁한다. 2008년 교통안전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의 자가용 하루 주행거리는 45.9km로 일본의 27km의 2배에 달한다.

특히 이러한 문명적 이기의 편안함은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보다 빠르고 강력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아이는 처음 본 그대로, 처음 경험한 그대로, 자기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하는 그대로 따라 하는 습관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수동적 학습이 아니라 환경을 극복하는 능동적 학습으로 아이의 내몸관성을 긍정적으로 재조건화하는 것이다. 나를 현대문명의 편리함으로부터 선택적으로 현명하게 격리하고 자연으로 나아가는 훈련을 야생수련이라고 한다. 아이들에게는 야생학습이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야생학습은 TV에서 연예인들이 벌이는 위험해보이고, 우스꽝스러운 일탈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맨발로 숲 걷기, 흙바닥에 누워보기, 맨발로 백사장이나 물 속 걷기, 발가벗고 자보기, 풍욕, 트래킹, 사이클 타기, 암벽 등반, 논두렁 걷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야생적 체험들과 수련이 존재한다.

야생 학습은 우선 즐겁다. 이유는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우리가 이런 행동들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온몸을 제한 없이 움직이는 것은, 그래서 우리 본성에 가장 적합한 일, 가장 즐거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한두 가지 행동으로 신체의 동작을 제한하는 현대적 분업은 인간의 몸에는 그리 적합하지 못하다. 나는 그래서 늘 사람들에게 쉼 없는 스트레칭을 주문하고 강조한다. 지속적으로 야생적 신체를 유지하자면 아마존 숲속에서 야생열매를 채취할 때와 같은 온몸 쓰기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생 학습은 결코 어렵고 힘들지 않다. 지금 집밖으로 나서서 온몸을 움직일 활동거리를 찾으면 그만이다. 움직이라. 야생을 느껴라. 대단히 단순한 행복의 진리이다.

지속적으로 야생적 신체를 유지하려면…

하나, IT중지일 정하기.
컴퓨터나 인터넷 등 아이의 IT 환경을 하루는 제한하라. 집안에 있으면서 이것을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 정답은 기기를 집에 두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둘, 주말에 하루는 걷기가 보장되는 자연으로 나가라.
우리나라만큼 산과 들, 강과 바다가 가까운 나라는 세계에서 찾아보기가 힘들다.
셋, 버스 한 정거장, 지하철 한 역 정도는 아이와 함께 걸어보라.
버스나 지하철대신 걷기를 선택하는 부모를 불평할 아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넷, 가까운 공원에서 주말에는 아이와 한 시간이상 운동을 하라.
아이는 가장 원하는 것은 부모와의 스킨쉽이다.
다섯, 계단 오르내리기를 아이와 함께 하라.
아이는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매우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6세 여아는 주말만 되면 잠을 자거나 골프치러 나가기 바빴던 아버지의 결단으로 가족피크닉을 매주 나가기로 하였다. 다음 면담시간에 아버지는 무척이나 감사해하였다. 아이가 자기와 노는 것을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아빠의 손을 잡고 놀러 가는 아이의 모습이 그렇게 행복해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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