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버마 대신 미얀마로 부르다 … 미국 대통령 처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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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앞줄 가운데),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오른쪽)가 19일(현지시간) 미얀마 양곤대학에서 연설하는 버락 오마바 대통령에게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얀마를 찾은 오바마는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을 높이 평가하고 이러한 진전이 계속되도록 적극 돕겠다”고 말했다. [양곤 로이터=뉴시스]

미국 대통령으론 처음 미얀마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버마’ 대신 ‘미얀마’라는 국호를 사용했다.

 아시아 순방 이틀째인 19일(현지시간)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양곤의 의회 건물에서 테인 세인 대통령을 만났다. 그는 “이 순간은 두 나라가 함께 걸어갈 긴 여정의 첫걸음”이라며 “미얀마가 추진하는 민주화와 경제 개혁은 지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1989년 수립된 군사정권이 나라 이름을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꿨지만 계속 버마로 지칭해 왔다. 군사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다.

지난해 12월 미 국무장관으로서 56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도 “이 나라”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런 만큼 ‘미얀마’라는 호칭은 세인 대통령에겐 예기치 않은 큰 선물이었다.

 세인은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화에 대한 의견을 공유할 수 있었다”고 화답했다. 뒤이어 44명의 정치범도 석방했다. 북한과 핵 분야에서 협력해 왔다는 의혹을 받아 온 미얀마는 18일 비밀 핵 시설로 의심받아 온 장소에 대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주고받기’가 이뤄진 셈이다.

 반면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가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집을 찾은 오바마의 호칭은 다시 ‘버마’로 바뀌었다.

 수치 여사가 먼저 “미국은 오랫동안 버마의 민주화를 지원해 왔다”며 “우리는 성공의 신기루에 현혹돼선 안 되며, 두 나라 국민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내가 이 나라를 찾은 건 민주화의 모멘텀을 살려나가기 위해서”라며 “오늘은 미국과 버마 관계의 새로운 장을 여는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세인 대통령에겐 미얀마를, 수치 여사에겐 버마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다.

 이날 오바마의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미얀마는 새로운 역사를 썼다. 미국은 그동안 국제사회와 연대해 미얀마 군사정부에 제재와 압박을 가해 왔다. 고립된 미얀마는 중국에 달려갔다. 경제는 물론이고 군사 분야까지 의존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쪽으로 다가갔다. 지난 4월엔 수치 여사를 의원에 당선시킨 보궐선거도 실시했다. 미국은 경제 제재 완화 조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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