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쌍 DNA 염기서열, 100만원이면 알 수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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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바틀레미 사장은 “지놈 데이터가 쌓일수록 질병 극복의 길은 더 넓게 열린다”고 했다.

인간 DNA는 30억 쌍의 염기서열로 이뤄져있다. 염기서열은 머리 색깔, 발톱 모양 등의 유전정보를 담고있는 영역과, 아무 유전정보도 담고있지 않은 영역으로 나뉜다. 사람들의 DNA를 세워놓고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99.9%가 같고 나머지 0.1%가 다르다고 한다. 결국 0.1% 때문에 외모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 인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0.1%의 비밀을 캐는 회사 중 하나가 미국의 라이프테크놀로지스(이하 LT)다. 엄밀하게 얘기하면 비밀을 캐는 도구 판매 업체다. 30억 쌍의 DNA 염기서열을 밝혀내는 시퀀서(Sequencer)라는 기기를 만들어 판다. 니콜라스 바틀레미(45) 글로벌 커머셜오퍼레이션스 사장은 이 회사의 전 세계 영업을 총괄하는 인물이다. 그는 최근 한국을 찾은 자리에서 “100만원에 자신의 염기서열을 분석할 수 있는 시대를 LT가 열었다”고 했다. 새로 개발한 시퀀서 ‘아이온 프로톤’도 소개했다. 프린터처럼 생긴 기기다. 한 방울도 안 되는 혈액으로 30억 쌍의 염기서열을 2시간 만에 분석한다. 아이온 프로톤의 기기 가격은 25만 달러(약 2억7000만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다.

 바틀레미 사장이 100만원이라고 쉽게 말했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엄청난 변화다. 2003년에 완성된 휴먼지놈프로젝트는 한 사람의 염기서열을 파악하는데 10년의 세월이 걸렸고, 투입된 자금은 30억 달러(약 3조3000억원)에 달했다. 휴먼지놈프로젝트가 완성된 지 9년 만에 시간과 경비를 엄청나게 줄인 것이다.

 바틀레미 사장은 “자신의 염기서열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동안 워낙 고가여서 현재 미국에서도 자신의 유전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 1000명에 불과하다”면서 “이제 누구나 자신의 유전정보를 갖는 시대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인간지놈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쌓일수록 질병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고 의미를 붙였다. 실제 한 사람의 DNA 염기서열은 데이터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다. 여러 사람의 염기서열과 비교를 해봐야 자신이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를 알 수 있는 귀중한 ‘정보’가 된다. 예를 들어 유방암을 앓는 여성환자가 자신의 지놈정보를 알고있다면 유전형질을 따져서 더 잘 듣는 항암제를 처방할 수 있게 된다.

 바틀레미 사장은 “물론 100만원은 DNA 분석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실제 병원이나 헬스센터에서 제시하는 소비자 가격은 이보다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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