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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서 물을 찾아라” 탐사로봇의 국제 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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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달에는 엄청난 양의 물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극 근처의 크레이터 40여 곳만 해도 6억t 규모의 얼음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의 찬드라얀 1호 탐사선이 관측한 결과를 토대로 2010년 ‘달과 행성과학학회’에서 발표된 내용이다. 6억t은 2200년 동안 스페이스 셔틀을 매일 발사할 수 있는 연료에 해당한다. 물을 이루는 수소와 산소를 액체화하면 그대로 로켓의 추진제와 산화제가 되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우주로 운반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달에서 조달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화성을 향하는 우주선의 연료, 달 기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 호흡할 산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궤도상의 관측이 아니라 직접적인 착륙 탐사에서 얼음의 존재가 확인된 일은 아직 없다. 극지방의 햇빛이 닿지 않는 크레이터에 가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달에는 물을 찾는 로봇 차량이 우글거릴 전망이다. 미국만 해도 2014~2015년 착륙을 전제로 로봇을 개발 중인 기업이 8곳에 이른다. 지난 15일 사이언스데일리는 “과거 캘리포니아의 ‘골드 러시’와 비슷한 ‘워터 러시’가 달을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표적 기업은 미 항공우주국(NASA)과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로보틱사다. 2015년 착륙시킬 로봇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발사는 우주 수송 전문기업인 스페이스X사가 맡는다. 로봇의 임무는 달 표면을 굴착해 물을 실제로 채취하거나 채취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NASA도 2017년 수자원 탐사 로봇을 달에 보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백악관의 승인이 멀지 않았다고 최근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는 지구와 달의 인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에 우주기지를 건설한 뒤 여기서 화성이나 가까운 소행성을 향한 우주선을 발사한다는 장기 계획의 일환이다. 유럽우주국(ESA)도 2018년 탐사 로봇을 달의 남극에 착륙시키는 8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지하의 얼음을 찾아 장차 달 기지를 건설하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지난달 영국 텔레그래프 등이 전했다.

 달의 자원 탐사에는 독자적 우주기술을 갖춘 중국과 러시아, 인도와 일본이 적극 가세하고 있다. 중국만 해도 내년 말 창어(嫦娥) 3호를 발사해 탐사 로봇 등을 착륙시킬 예정이다. 소련의 루나 24호 이후 37년 만에 재개되는 착륙 탐사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런 대열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