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제2테크센터’ 1조5000억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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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창훈 사장

대한항공이 2020년까지 1조5000억원을 들여 부산에 ‘제2테크센터’를 건립한다. 항공기 조립 공장과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센터 등이 들어서는 복합단지다.

 지창훈(59) 대한항공 총괄사장은 20일 부산시청에서 제2테크센터 건립 추진을 골자로 한 ‘비전 2020’을 발표했다. 센터는 김해공항 부근인 부산 대저동의 한공산업클러스터 내 23만㎡(약 7만 평) 부지에 지어진다. 현재 이곳에 있는 제1테크센터(71만㎡)에 이은, 두 번째 시설이다.

날개와 동체 같은 비행기 부분품 제조부터 최종 항공기 조립까지 이곳에서 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제2센터 내 민항기 국제공동개발센터에서 미국 보잉, 유럽 에어버스 같은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와 공동 연구개발(R&D)을 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대한항공은 또 ‘비전 2020’을 통해 항공기 제조 사업 육성 목표를 발표했다. 중형 항공기를 자체 기술로 만들어 2020년 매출 3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지 사장은 “세계 항공기 제조 시장이 연 5000억 달러(약 650조원) 규모인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0.5%에 불과하다”며 “미래 먹거리로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 세계적으로 항공기 제작과 운송을 함께하는 회사는 대한항공이 유일하다”며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2020년엔 충분히 매출 3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잉·에어버스와 같은 완성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비행기를 들여오는 조건으로 “대한항공이 이런 부분품을 만들어 납품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다는 소리다.

 항공기 제조업체인 KAI(옛 한국항공우주산업) 인수에 대해 지 사장은 “만일 KAI를 인수하게 되면 현대·기아차처럼 별개로 운영하면서 서로 경쟁도 하는 형태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KAI는 대한항공과 현대중공업이 인수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와 관련, 조양호(63)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37)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전무는 “KAI 인수 자금은 이미 준비됐지만 가격이 너무 고평가됐다. 적정 가격이 아니면 인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허남식(63) 부산시장과 부산 지역 항공산업 육성 발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테크센터가 들어가는 항공산업클러스터에 부산시가 관련 중소기업들을 입주시키고, 대한항공은 이들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하고 항공기를 만든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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