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윤이상 연주하다 보면 안쓰러움 느껴져 “내가 끌어내야겠다” 도전정신 생기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첼리스트 박진영이 3일 통영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서 TIMF 앙상블과 협연하고 있다. [사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지난 4일 끝난 ‘2012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결선에 오른 4명의 첼리스트 중 한국인은 박진영(25)이 유일했다. 올해로 10회를 맞는 이번 콩쿠르에서 그는 러시아 출신 첼리스트 알렉세이 질린과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첼로·피아노·바이올린 부문이 매년 번갈아 가며 열린다. 2006년 국내 콩쿠르 중 처음으로 국제콩쿠르세계연맹에 가입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았다.

 박씨는 “본선 2차에서 윤이상의 곡 ‘글리세(Glissees)’를 연주했는데 고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작곡가로서의 고독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14살 때 미국 커티스 음악원에 입학해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현재는 독일 베를린 예술대학에서 첼리스트 옌스 페터 마인츠를 사사하고 있다.

 - 윤이상의 곡에 특별한 것이 있나.

 “선생님의 곡에는 안쓰러움 같은 것이 들어있다. 한국으로 돌아올 수 없었던 그의 처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도전정신이 생기는 곡이 많다. 그의 곡 앞에 서면 ‘이 사람의 생각을 내가 끌어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 연주자들이 다른 나라 연주자들에 비해 조금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감정 같은 것이 들어있다.”

 - 윤이상의 곡을 연주할 때 한국 출신 연주자가 가진 강점이 뭔가.

 “이번 콩쿠르에서 한국인이 아닌 한 참가자가 윤이상 선생님의 곡을 연주할 때 ‘저 소리는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악을 전공한 것은 아니지만 윤 선생님의 곡을 연주하다 보면 ‘이게 창(唱)이나 가야금에서 따온 소리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음악에 민족성이라는 것이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 콩쿠르를 통해 알게 됐다.”

 박씨는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해 첼로로 넘어왔다. “합주를 할 때 첼로는 잘 들리지 않지만 굉장한 힘을 가진 악기”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1876~1973)는 ‘음악이 세계를 구할 수 있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닮은 악기죠. 그래서 사람들을 가장 잘 위로해 줄 수 있는 악기이기도 하고요.”

 박씨는 내년 3월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홀에서 국립국군교향악단과 엘가(1857~1934)의 첼로 협주곡을 협연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