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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제윤 극적 뒤집기…대상, 우승 두마리 토끼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이런 게 골프구나 싶었어요.”

대회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던 양제윤(20·LIG)에게 행운의 여신이 마지막 미소를 보냈다. 양제윤은 17일(한국시간) 싱가포르 라구나내셔널골프장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인 ADT 캡스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합계 10언더파로 2위 조영란(26·쌍방울)에 1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17, 18번홀 2개 홀이 우승컵의 주인공을 바꾼 드라마틱한 승부였다. 선두 김세영(19·미래에셋)에 1타 차 공동 2위(7언더파)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양제윤은 2번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그대로 홀에 집어넣는 행운의 샷 이글로 순식간에 공동 선두로 나섰다.

그러나 3번홀(파4)에서 곧바로 티샷을 해저드에 빠뜨리며 보기를 기록했다. 샷감은 좋았지만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하면서 전반 9홀에서 1언더파. 11번홀(파5)에서는 티샷이 페어웨이 우측 벙커에 빠지며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보기를 적어내 다시 타수를 까먹었다.

그러나 후반 5홀을 남기고 선두 김자영(21·넵스)에 3타 차 단독 2위였던 상황에서 드라마가 시작됐다. 14번홀(파4)에서 그린 오른쪽 프린지까지 두 번째 샷을 보낸 양제윤은 9m 정도 되는 오르막 퍼팅을 그대로 성공시켰다.

반면 김자영은 그린 왼쪽 내리막에서 시도한 어프로치 샷이 홀을 훌쩍 지나치며 보기를 기록해 승부는 순식간에 1타 차로 좁혀졌다. 김자영은 15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50cm에 붙이는 버디로 다시 2타 차로 도망갔다. 그러나 양제윤이 16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다시 1타 차로 따라붙자 결국 스스로 무너졌다.

운명의 17번홀(파3). 김자영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밀리며 그대로 물에 빠졌고 김자영은 이 홀에서 치명적인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반면 양제윤은 3m 가량의 내리막 버디를 성공시키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양제윤은 이번 대회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 1라운드에서는 6언더파 단독 선두로 경기를 끝낸 뒤 7번홀(파5)의 룰 위반이 문제가 돼 2벌타를 받았다. 러프에 박힌 공을 빼내는 상황에서 경기가 중단됐다가 재개된 뒤 공을 그대로 플레이스하고 친 것이 문제가 됐다.

드롭을 하지 않은 것을 뒤늦게 알게 된 양제윤은 자진신고하면서 2벌타를 받는 해프닝을 겪었다. 최종 라운드 11번홀에서도 잘 맞은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나무 턱에 박히며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양제윤은 “17번홀에서 (김)자영 언니가 공을 물에 빠뜨렸을 때 ‘이런 게 골프구나 싶었다’며 "계속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우승은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고 편안하게 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제윤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 8월 넵스 마스터피스에 이어 시즌 2승을 차지했다. 우승으로 대상 포인트 40점을 추가, 331점을 기록하면서 이 대회 20위(1오버파)에 그친 김하늘(24·비씨카드·293점)을 누르고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우승 상금 8000만원을 보탠 양제윤은 상금랭킹 4위(4억639만원)으로 시즌을 마쳤다.

김하늘은 20위에 오르면서 상금 341만원을 추가하는데 그쳐 시즌 상금 4억5889만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시즌 4승과 상금왕이 유력해보였던 김자영이 마지막 몇 홀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3위(8언더파)로 경기를 마치면서 상금왕에 등극하는 행운을 누렸다.

김하늘은 시즌 평균 71.55타를 기록해 최저타수상 등 2관왕을 차지했다. 김하늘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각종 타이틀 경쟁이 부각되면서 너무 부담이 컸다”며 “2년 연속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으로 시즌을 마무리하게 돼 기쁘다”고 했다.

싱가포르=이지연 기자 eas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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