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사람에게 잘 생기는 병 따로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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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이 찌는 것을 바라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날씬한 몸매를 선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강을 위해선 깡마른 체격도 좋지 않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이 찌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을 맞이해 깡마른 체격이 왜 해롭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살이 찔 수 있는지 살펴본다.

◇ 마른 사람에게 잘 생기는 병=대표적인 질환이 폐에 구멍이 뚫려 흉곽에 공기가 차는 기흉(氣胸)이다. 특히 깡마른 체격에 키가 큰 사람에게 잘 생긴다.

갑자기 심한 운동을 했다거나 떨어지거나 부딪쳐 생기지만 재채기를 할 때 생길 수도 있다. 키가 크고 마른 사람이 운동을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난 뒤 갑자기 가슴이 아프고 숨이 차다면 병원에서 가슴 엑스선 촬영을 통해 기흉 발생 여부를 확인해봐야한다.

발병 이유는 마른 체격의 영향으로 가슴 속에서 폐의 길이가 상하로 길쭉하게 길어지면서 폐에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폐를 풍선에 비유할때 둥그런 풍선을 눌러 길게 늘이면 잘 터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최근 다이어트 열풍과 함께 기흉 환자도 점점 늘고 있다. 강북삼성병원과 마산삼성병원 흉부외과에서 기흉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를 조사한 결과 1989년 1백56명에서 1999년 3백11명으로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기흉은 이젠 수술 없이도 잘 치료되지만 전체 기흉의 3~4%에선 공기가 많이 새어나와 폐와 심장을 누르는 긴장성 기흉을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위가 밑으로 처지는 위하수(胃下垂)도 마른 사람에게 흔하다.

강북삼성병원 종합건진센터가 최근 위장 조영술을 통해 위하수를 진단받은 20대 여성 1백9명을 대상으로 체형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가 20 이하인 깡마른 경우가 환자중 71%(78명)를 차지했다. 위하수로 위가 처지면 조금만 먹어도 더부룩하며 소화 기능도 떨어진다.

흔히 ''마른 사람'' 하면 연상되는 갑상선 질환과 암은 조금 다른 경우. 이들 질환은 마른 사람에게 잘 생긴다기보다 질환이 있어서 마른 경우라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갑상선 질환과 암같은 만성 소모성 질환은 모두 체중을 감소시켜 깡마르게 만든다.

◇ 살찌는 방법=가장 빠른 방법은 빵이나 밥 등 탄수화물을 많이 섭취하는 것.

탄수화물은 지방이나 단백질보다 잉여 열량이 피하(皮下)지방에 빨리 축적되므로 단기간 살을 찌우는데 가장 유리한 영양소다.

그러나 이는 건강을 위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건강하게 살이 찌려면 지방보다 근육이 늘어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육류 등 단백질의 공급과 충분한 운동을 통해 팔과 다리의 근육을 키워 체중을 늘이는 전략이 좋다.

무조건 많이 먹어 살을 찌우려 하는 것도 잘못이다. 자칫 위장에 탈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장이 튼튼해야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시켜 살이 찔 수 있다.

마른 사람일수록 한꺼번에 많이 먹기보다 소화가 잘 되는 식사를 규칙적으로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등 위장을 배려해야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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